대표전화 착신 전환으로 물품 대금 가로채

대기업 식품회사 직원이라고 속인 뒤 이 회사 대표전화를 착신 전환해 중간에서 물품 대금을 가로챈 신종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1일 경남 김해중부경찰서에 따르면 김해시에 있는 한 식품 유통업체 A사는 지난 9일 자신을 삼양사 영업부 차장 B씨라고 소개하며 식용유 거래를 제안하는 연락을 받았다. 삼양사는 삼양그룹의 모기업이다.
B씨는 “식용유를 공급해줄테니 3000만원을 입금해달라”며 계좌 번호를 알려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용유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 사정에 A사는 삼양사 본사 대표번호로 연락해 B씨가 실제 재직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계좌번호가 정상 계좌라는 콜센터 안내를 받고 3000만원을 입금했다.
하지만 B씨가 알려준 계좌는 법인 계좌가 아닌 개인 계좌였다. 전날 통화한 B씨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고, 콜센터 역시 계속 통화 중이었다.
이에 A사는 물품사기를 의심해 경찰서를 찾아 수사를 의뢰했다.

내용을 전해들은 경찰관은 직접 삼양사 대표전화로 연락했다. 전화통화에서 삼양사 직원이라고 밝힌 인물은 “정상거래였으며, 식용유도 곧 보낼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곧 보내주겠다는 식용유는 감감무소식이었고 B씨와는 연락이 두절됐다.
경찰은 정상적으로 전화를 해도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연결되는 신종 사기 수법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범행 전 지난 5월 말쯤 한국전력공사 명의로 ‘회선 착신전환 요청’ 공문이 삼양사로 보내진 사실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 이 공문은 진짜 한전에서 보낸 공문이 아닌 보이스피싱 조직이 위조한 공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삼양사는 한전에서 보낸 공문으로 착각하고 공문 내용에 응했다.

이 때문에 실제 삼양사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라도 삼양사 콜센터 직원이 아닌 보이스피싱 조직이 전화를 받게 된 것이었다.
경찰은 범죄에 사용된 거래 계좌에 대해 지급정지명령을 신청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해당 계좌에 흘러간 피해대금 규모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의 보이스피싱은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범행 대상을 노렸다면 이번 사건은 구체적인 타깃을 노려 접근하고 사전에 위조공문을 보내 착신을 전환하는 수법의 신종 보이스피싱으로 보고 있다”며 “아직 이 사건 외에 추가로 확인된 피해는 접수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삼양사는 회사 홈페이지에 ‘삼양사 직원 사칭 주의 안내’를 공지하며 “삼양사는 어떤 경우라도 개인계좌로 입금을 요구하지 않으며, 반드시 삼양사 법인계좌로만 거래하고 있다”며 “삼양사 직원을 사칭하는 것으로 의심되면 제보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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