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후 지목 암살사건 현장 터키도 방문
유가 고공행진에 사실상 면죄부 받아
바이든도 7월 13∼16일 사우디 방문
걸프회의 명분 속 원유증산 요청 전망

세계적 충격을 준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암살사건의 배후로 알려진 무함마드 빈 살만(MbS) 사우디 왕세자의 오일 파워 앞에 국제사회가 무릎 꿇는 양상이다.
사우디 실세 무함마드 왕세자가 3년 만에 해외 순방에 나서 20일(현지시간) 첫 방문지 이집트를 시작으로 요르단, 터키 3국 방문 일정에 돌입했다고 사우디 국영 SPA통신이 보도했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외국 방문은 2019년 일본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후 3년 만이다. 특히 이번 방문에는 2018년 사우디 왕실에 대한 비판적인 칼럼을 쓰다가 잔혹하게 살해된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숨진 현장인 터키가 포함되어 있다. 당시 카슈끄지는 결혼 관련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터키의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암살당했다.
암살사건 배후로 지목됐던 무함마드 왕세자가 터키를 방문함으로써 면죄부를 받게 된 셈이다.
이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해 산유국 사우디의 몸값도 덩달아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사우디 국내총생산(GDP)은 원유 부문이 20.3%나 급성장하면서 전체적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9.9% 증가했다.
이에 따라 터키는 물론 미국도 사우디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앞서 지난 4월 사우디를 방문해 무함마드 왕세자를 만나 관계 복원에 나섰다. 내년 총선을 앞둔 에르도안 대통령은 걸프 지역 부국들과 관계 개선을 통해 투자 유치를 도모하고 있다. AP통신은 양국 정상의 개인적 필요성과 국가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화해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카슈끄지 암살사건으로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까칠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다음달 13∼16일 사우디를 방문한다. 명분은 걸프협력회의+3(이집트·이라크·요르단) 참석차 중동 지역을 찾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사우디를 방문하는 것이지만 사우디 측에 원유 증산을 요청하는 것이 핵심 목적 중 하나로 보인다. 지난 4월에는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비공개로 사우디를 방문해 관계 개선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애런 데이비드 밀러 선임연구원은 CNN에 “바이든이 우크라이나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 시기에 자국민을 억압하는 국가 지도자와 화해하는 것은 당혹스럽다”고 했으나 대세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올해 37세인 무함마드 왕세자는 부총리 겸 국방장관, 왕실직속 경제위원장을 겸임하며 87세 부친을 대신해 왕국을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다. 무엇이든 마음대로 다한다는 뜻에서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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