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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유럽에서 석탄이 뿜어내는 굴뚝의 매캐한 연기는 산업혁명의 상징이라 여겨졌다. 탄광 노동자들은 ‘검은 다이아몬드’라고 불렀다. 제임스 와트가 1769년 증기기관을 발명한 이후 수요가 폭주했다. 석탄은 과거 나무연료를 뒤로 밀어내고 근대 산업과 문명을 이끈 에너지원으로 20세기 중반까지 각광을 받았다.

1952년 12월 영국 런던은 안개에 독성 매연이 섞인 스모그로 뒤덮였다. 저질 석탄을 쓰는 공장과 발전소에서 쏟아내는 오염물질이 급격히 불어난 것이다. 이 바람에 어린이와 노약자 등 모두 1만2000여명이 숨졌고 10만명 이상이 호흡기질환에 시달렸다. 세계를 놀라게 한 ‘그레이트 스모그 사건’이다. 이때부터 석탄이 대기오염과 기후위기의 주범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주요국들은 앞다퉈 탈석탄 정책을 쏟아냈다. 영국은 2025년, 독일은 2038년을 석탄발전 퇴출의 해로 선언했다. 미국도 2030년까지 석탄발전소의 온실가스를 2005년 대비 32% 줄이기로 했다.

그런데 ‘더러운 연료’로 낙인찍힌 석탄이 부활할 조짐이다. 독일은 나흘 전 석탄 사용을 늘리는 긴급조치를 발표했고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도 석탄발전소 가동을 확대한다고 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석탄발전의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외려 이탈리아 등 다른 회원국까지 이 대열에 합류할 공산이 크다. 호주는 석탄발전소 재가동도 모자라 보조금까지 지급한다.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대응해 가스 공급을 축소하면서 에너지 위기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국제사회가 수십년간 공들여온 온실가스 저감 청사진이 공염불에 그치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남의 일이 아니다. 자원 빈국인 한국은 에너지 위기에 취약하다. 해외 에너지 및 광물 수입의존도가 95%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석탄발전 비중도 지난해 기준 34%로 LNG(액화천연가스·29.2%), 원자력(27.4%)보다 높다. 신재생에너지는 고작 7% 남짓이다. 원유와 가스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다락같이 오르는 상황에서 당분간 석탄 비중을 낮추기는 어렵다. 에너지 대란에 대비하면서도 화석연료발 환경재앙을 막아야 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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