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경찰이 자의적 기준으로 판단”
경찰, 시위 당시 출입문에 걸친 사다리 강제 이동 조치

김광호 신임 서울경찰청장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 장애인 단체들의 ‘지하철 출근길 시위’에 대해 “불법행위는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라도 반드시 사법처리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에 전장연은 “헌법에 명시된 장애인 권리를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라도’ 반드시 쟁취하겠다”고 맞받아쳤다.
전장연은 지난 20일 오후 성명서를 내고 김 청장을 겨냥해 “우리 탓에 ‘지구 끝까지’ 찾아갈 필요는 없다”며 “전장연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고 비꼬았다.
이어 “전장연은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를 계기로 지금까지 쇠사슬과 사다리를 메기도 하며 지하철을 타왔다”며 “그 모든 사건에 대해 사법처리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장님께서 현장 중심 경찰 조직으로 전환이 이 시대 경찰 화두라 말씀하셨다”며 “그러나 집회 현장은 경찰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자의적인 기준으로 판단하는 바람에 기본적인 결사의 자유도 무너지고 있다는 것도 잘 명심해주시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또 “장애인은 법 앞에 불평등해 왔다”며 “전장연은 헌법과 장애인 관련 법률과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명시된 장애인 권리를 어느 곳이나, 누구에게나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라도’ 반드시 쟁취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아울러 “대한민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비장애인 중심의 대한민국 시민사회는 장애인은 배제하고, 거부하고, 감금하면서 특별하게 차별했다”며 “법적 권리가 있음에도 법과 제도가 보장하지 않아 철저히 외면받아 온 장애인의 목소리를 어떻게든 사회 곳곳에 알리고 이 차별과 배제의 사회를 바꾸기 위해 계속 외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앞으로 시위를 이어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전장연은 “헌법, 장애인 관련 법률,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이 단지 선언적인 것에 불과하지 않다는 것을 사다리와 쇠사슬을 목에 걸고, 삭발하며 우리의 목숨을 걸고 더 열심히 알려 나가겠다”며 “먼저 시급한 문제는 기획재정부가 2023년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에 실무 협의를 할 수 있도록 주선해주시는 것”이라고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기획재정부와 실무 협의가 진행된다면, 오는 27일 ‘제31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는 유보하겠다”며 “전장연이 외치는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은 청장님도, 경찰도,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모두에게 좋은 세상”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 청장은 이날 취임 후 처음 기자 간담회를 열고 “엄격한 법 집행을 통한 법질서 확립이 시대적 과제”라며 “국민 발을 묶어서 의사를 관철하는 상황은 엄격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시위를 재개했었다. 경찰은 장애인 단체 활동가들이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 도착해 승강장 출입문에 사다리를 걸치고 시위를 이어가자 지하철 보안관과 경찰관을 투입해 이를 빼내는 등 강제 이동 조치에 나섰다.
김 청장은 “전장연이 이날 아침 사다리까지 동원해서 이뤄진 (경찰의) 즉각 조치도 법질서 확립의 일환”이라며 “사법적 조치가 필요한 부분은 신속한 수사를 통해서 시민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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