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서해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유가족 측이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김종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을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기로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고소도 법률 대리인 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피살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는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오는 22일 오전 9시30분 서울중앙지검에 이들 3명을 고소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서 전 실장이 미국으로 출국 예정이어서 (고소를) 바로 진행한다”며 “가족들 및 변호인과 상의를 거쳐 우선 고소할 대상을 추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언론을 통해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을 토대로 사건에 가장 많이 개입된 인물이라는 판단에 소를 제기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6일 국방부는 지난 정부 당시 이씨의 ‘월북 시도 추정 발표’에 유감을 표하면서 2020년 9월27일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사건 관련 주요 쟁점의 답변 지침을 하달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유족 측은 이에 따라 “월북이 추정된다”는 당시 정부의 발표에 청와대의 구체적 지침이 있었다고 판단, 우선 고소 대상을 선정했다.
유족들은 이번 고소 대상자의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되고 나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고소장도 접수할 방침이다. 다만 ‘대통령기록물 공개를 거부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다.
유족 측 법률 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는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대통령기록관장이 정보 공개를 거부하면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 재적 의원이 찬성 의결하면 정보를 볼 수 있다’는 대통령기록물법이 있어 우선적으로 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찾아가 찬성 의결을 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며 “그런데도 계속 거부하면,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한 문 전 대통령을 부득이 고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유족은 지난해 11월 청와대와 해양경찰청 등을 상대로 낸 정보 공개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고, 이에 국가안보실이 사건 당시 해경과 국방부 등으로부터 받은 보고 내용의 일부 열람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관련 내용 대부분이 열람이 제한되는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이관돼 15년간 사실상 ‘봉인’된 상태라는 게 유족 측 전언이다. 이 기록물을 보기 위해선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나 관할 고등법원장의 영장 발부가 있어야 한다. 유족은 고등법원장 영장 발부를 끌어내기 위해 문 전 대통령을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그동안 밝혀왔다.
유족 측은 지난달 25일 대통령기록관장에게 정보 공개를 청구했으며, 오는 23일까지 여부가 결정된다.
한편 고인은 2020년 9월21일 서해상에서 어업 지도선인 ‘무궁화 10호’를 타고 임무를 수행하다 실종됐었다. 당시 북한군은 최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그를 사살한 뒤 기름을 부어 불태웠다.
해경은 사망 한달 후인 10월22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씨는 출동 전후와 중에도 수시로 도박을 하는 등 인터넷 도박에 깊이 몰입했다”며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었다.
이에 유가족은 ‘월북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해경의 발표를 반박했었다.
해경은 지난 16일 현장 조사와 국제사법 공조 등 종합적인 수사를 진행한 결과 고인의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1년9개월 만에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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