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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3高로 커지는 ‘R의 공포’… 영끌족 등 잠 못 이룬다

입력 : 2022-06-21 06:00:00 수정 : 2022-06-21 08:40:59
이도형·이현미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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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만에 최악 ‘경제 고통’ 닥쳤다
5월 ‘고통지수’ 8.4 기록
물가상승률 5.4%·실업률 3.0%
코스피 2400선마저도 붕괴
원·달러 환율은 연고점 경신
“美 1년내 경기침체 확률 44%”
19일 서울 시내의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한 ‘경제고통지수’가 5월 기준으로 2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식과 가상자산 시장은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치솟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거래절벽에 얼어붙으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한 주택보유자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복합위기가 한국경제의 체력을 갉아먹고 있다. 경기 침체(recession)에 들어갈 수 있다는 ‘R의 공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20일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월 경제고통지수는 8.4를 기록해 21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경제고통지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한 수치다. 미국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고안한 지표로 소비자물가와 실업률이라는 체감지표를 가지고 서민들이 겪는 경제적 고통을 지수화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 실업률은 3.0%였다. 고용지표가 계절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동월 기준으로 비교하면, 지난달 경제고통지수는 2001년 5월(9.0) 이후 최고치다.

이는 물가 급등에 따른 결과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올해 들어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그나마 실업률은 5월 기준으로 2013년(3.0%) 이후 가장 낮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상 회복, 직접 일자리 사업 조기집행 등의 영향으로 지난달 고용 지표는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물가 급등으로 각국이 경쟁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경기침체 공포감이 커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 직후인 지난 16∼17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 5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향후 12개월 안에 경기침체가 올 확률’에 대한 답변 평균치가 44%로 집계됐다고 19일 보도했다.

 

WSJ는 이는 관련 설문조사를 시작한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미국의 경제가 이미 경기침체에 진입했거나 그 직전에나 볼 수 있는 수치라고 분석했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뉴스1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됐던 2007년 12월에는 ‘12개월 안에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는 응답이 38%,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20년 2월에는 26%였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도 용산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대한 질문에 “통화량이 많이 풀린 데다가 고물가를 잡기 위해서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 정책을 쓰고 있는 마당에 생긴 문제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대처할 방도는 없다”며 “정부의 정책 타깃인 중산층과 서민들의 민생물가를 어떻게든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추가적인 민생 대책 마련을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지금 국민들이 (물가 급등 등 경제 위기로) 숨이 넘어가는 상황이다. 법 개정이 필요한 정책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대응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국회 원구성이 안 돼 있는데 국회가 정상 가동이 됐으면 법 개정 사안에 대해 법안을 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주식시장은 일주일 만에 다시 ‘검은 월요일’을 기록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9.90포인트(2.04%) 내린 2391.03에 장을 마쳤다. 아시아 다른 시장보다 하락세가 컸다. 코스피 종가가 2400선을 하회한 것은 2020년 11월 4일 2357.35 이후 1년 7개월여 만이다. 코스피는 지난 14일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2500선이 무너진 데 이어 이날 2400선도 붕괴되면서 일주일여 만에 지수가 100포인트 이상 밀렸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 동안에만 6628억원을 팔아치우며 코스피에서 빠져나갔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이날 1100원(1.84%) 떨어진 5만8700원으로 다시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28.77포인트(3.60%) 급락한 769.92에 마감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연저점을 경신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 상장 종목 2500개 중 1012개(40.5%)가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원·달러 환율도 전 거래일 종가보다 5.1원 오른 달러당 1292.4원에 마감해 연고점을 다시 경신했다. 가상화폐 시장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주말 한때 1만8000달러선까지 떨어졌던 비트코인은 이날 2만달러 언저리에서 불안한 등락을 이어갔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리서치 팀장은 통화에서 “심리적으로 반전을 줄 수 있을 만한 이벤트가 굉장히 부재하다”며 “오늘처럼 조그마한 악재가 생기면 바로 무너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도형·이현미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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