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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 단체 vs 스타트업 ‘무한 전쟁’… 정부 뒷짐에 소비자 피해 [심층기획 - 패자뿐인 플랫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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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21 06:00:00 수정 : 2022-06-21 09:5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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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산업 플랫폼’ 저지 나선 전문직
환자 원하는 약 비대면 처방 ‘닥터나우’
의사들 “법 위반” 고발… 한 달 만에 중단
AI로 세금 신고·환급 ‘삼쩜삼’ 등장하자
2021년 ‘세무 대리 소개·알선 금지’ 법 개정

의료·법률 플랫폼과 소모적 소송전
‘로톡 제재 규정 일부 위헌’ 판단에도
변협 “불법 브로커” 가입자 징계 추진
성형 정보 제공 ‘강남언니’는 1심 유죄
의협 “불법 광고” 업계 “알 권리 침해”

정부는 중재 책임 회피한 채 방관
법무부 “변협·로톡 의견 수렴” TF 발족
9개월째 리걸테크 정책·후속 조치 없어
기재부도 의협 중재 기구 창설 후 손 놔
“4차 산업혁명 시대… 법 정비 팔 걷어야”
서울 한 지하철역에 설치된 법률 플랫폼 '로톡'의 광고. 연합뉴스

법률 광고·서비스 플랫폼(Platform) ‘로톡’과 대한변호사협회의 갈등이 7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헌법재판소가 양측 갈등의 불씨가 된 조항에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음에도 다툼은 확산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도 유사한 갈등이 장기화하는 등 곳곳에서 플랫폼 스타트업과 전문직 단체 간 갈등이 확전 중이다.

신산업과 전통사업자 간 갈등을 기존 법질서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에 독이 되는 ‘패자뿐인 전쟁’으로 변질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 선택권은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적 다툼보다 타협을 통한 상생이 필요하지만, 중재자 역할을 수행해야 할 정부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불법 브로커” vs “합법 광고 플랫폼”

20일 업계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는 지난 16일 시범 운영으로 선보인 ‘원하는 약 담아두기’ 서비스를 시작 한 달 만에 중단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가 13일 해당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닥터나우를 의료법·약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기 때문이다. 해당 서비스는 환자가 애플리케이션(앱)에 올라와 있는 의약품 중 원하는 걸 골라 장바구니에 담으면 곧이어 의사가 전화해 처방전을 발행해주는 기능이다. 환자는 약을 직접 찾아가거나, 퀵·택배 당일 배송도 받을 수 있었다.

의사회는 닥터나우의 서비스가 ‘누구든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의료인에게 소개, 알선, 유인하거나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 “의료법 제27조3항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환자들이 닥터나우와 제휴를 맺은 특정 의료기관에서만 처방받을 수 있게 유도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불법 알선 행위’는 플랫폼·전문직 단체 간 법적 갈등의 단골 쟁점이다. 로톡과 변협, 미용의료 광고 플랫폼 ‘강남언니’와 대한의사협회 등의 대립이 대표적이다. 변호사법과 의료법 모두 속칭 ‘브로커’ 활동을 막기 위해 제3자가 영리를 목적으로 소비자를 변호사·의사에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전문직 단체는 광고 플랫폼이 ‘불법 브로커’와 다르지 않다며 반발한다. 반면 플랫폼 업체들은 “전적으로 소비자가 선택하는 구조”라는 입장이다.

현재 전적은 1 대 1 무승부다.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는 검찰에서 3차례 무혐의 판단을 받았다. 지난달에도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직역수호변호사단’의 로앤컴퍼니 고발 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직역수호변호사단은 “광고료를 지급한 변호사들만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시키는 것은 불법 알선 행위”라고 주장했다. 로톡은 변호사 검색 결과에서 광고료를 낸 이들을 ‘Active Lawyers(액티브 로이어스)’라고 표기해 상단에 배치하고 있다.

검찰은 불기소결정서에서 “로톡의 운영방식은 변호사를 소개·알선 또는 유인하고 그 대가를 받은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쐐기를 박았다. 검색 목록 상단에 배치한 것만으로는 소비자와 변호사들이 바로 상담·계약 체결에 이를 정도의 주선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광고료 지급과 상관없이 모든 변호사를 소개하고 상담하는 과정이 동일하고, 사용자는 상담료를 해당 변호사에게 직접 지급한다”는 점도 짚었다.

반면 강남언니 운영사 ‘힐링페이퍼’의 홍승일 대표는 지난 1월 의료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홍 대표를 “할인가의 시술 상품 쿠폰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환자들을 소개·알선·유인하고, 그 대가로 환자들이 지급한 진료비의 9.7% 상당을 수수료로 지급받았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현재 강남언니는 문제가 된 수수료 수익 모델을 폐기하고, 100% 광고비로 운영하고 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지난 5월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앉아있다. 헌재는 이날 로톡의 운영사인 로앤컴퍼니와 변호사 59명이 변협의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은 변호사들의 표현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뉴스1

◆승자 없는 전쟁, 소비자는 ‘의문의 1패’

변협과 의협은 플랫폼 업체를 향한 ‘강공’을 계속하고 있다. 변협은 지난달 30일 “로톡 가입 변호사 28명에 대한 추가 징계 청구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가 변협의 ‘변호사 광고규정’ 중 일부에 위헌 결정을 내린 지 4일 만이다. 변협은 여전히 로톡이 ‘불법 브로커’라는 입장이다. 징계가 현실화하면, 해당 변호사들은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할 전망이다.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행정소송으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양측 간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패자만 남은 전쟁’이란 지적이 나온다. 로톡은 변협의 징계 방침으로 가입 변호사를 절반 넘게 잃었다. 변협은 수사기관의 결정, 로톡과의 법정 분쟁 등으로 법률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위상에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로톡이 합법성을 인정받은 상태에서 변협 징계는 무의미한 입씨름에 불과하다”며 “현행 변협 집행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이런 교착 상태만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협은 이제 강남언니 앱에 게재된 광고 내용을 “불법”이라고 문제 삼는다. 이어 직접 강남언니 광고를 심의하겠다며 의료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의협 심의 기준은 현재 합법인 비급여 진료비용를 공개하는 내용의 광고까지 금지한다”며 “소비자의 의료정보 접근권이 제한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쌍커풀 수술이나 보톡스 같은 성형·시술 가격 공개까지 금지될 수 있단 얘기다.

◆대책 없는 정부는 ‘나 몰라라’

전문 분야 서비스가 IT(정보기술)와 결합해 문턱을 낮추면서 플랫폼 사업자와 관련 전문직 단체 간 소송전은 통과의례가 되고 있다. 기술 발전과 시대 흐름에 맞는 법 제도 정비가 불가피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 역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11월 개정된 세무사법에는 ‘세무대리의 소개·알선 금지’ 조항이 추가됐는데,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세무회계 플랫폼 ‘삼쩜삼’을 겨냥한 조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쩜삼은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세무 신고 업무를 처리하고, 세금 환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세무사회 등은 이미 삼쩜삼 운영사인 ‘자비스앤빌런즈’를 세무사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3월 고발했다.

정부는 현 상황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9월 ‘리걸테크 TF(태스크포스)’를 발족하며 “변협과 로톡 등의 의견을 널리 수렴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발족 후 9개월이 지났음에도 법무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TF 정책·후속 조치는 전무하다. 법무부는 세계일보에 “월 1회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며 “다양한 경로로 변호사 단체, 리걸테크 업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왔다”고 밝혔다. 반면 로톡 관계자는 “법무부가 공식적으로 의견을 요청한 적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스타트업 포럼이나 로톡이 배포하는 보도자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TF 발족 당시에도 “자발적 협의가 중요하다”며 “직접 중재는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자발적 협의 가능성이 없기에 ‘책임 회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도 지난 3월 초 강남언니와 의협 간 합의를 중재하는 ‘한걸음 모델’ 상생조정기구 회의를 한 차례 연 뒤로 아무런 조치가 없다. 강남언니 관계자는 “의협 측에서 한걸음 모델 반대 성명을 내 진행이 쉽지 않은듯하다”며 “저희는 참여 의향이 있고, 정부 중재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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