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가 임신중절약(낙태약)을 먹고 변기에서 출산한 아이를 방치하도록 해 숨지게 한 친부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형사제1단독 김승곤 부장판사는 영아살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A(43)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와 5년간 아동 관련 기관 운영 및 취업 금지를 명령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월 8일 오후 6시45분쯤 전북 전주시 덕진구 자택에서 아내 B씨가 화장실 변기에 출산한 갓난아이를 30분여간 방치하도록 해 사망케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아내가 출산 사실을 알리자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말했다. 이어 아내가 뒤늦게 119에 전화해 “아기가 태어났는데 숨을 쉬지 않는다”고 신고하자 그제서야 119종합상황실 지시에 따라 아이를 변기에서 꺼낸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으로 옮겨진 아기는 몇 시간 뒤 숨졌다.
앞서 A씨는 아내가 임신 8개월 차에 접어든 사실을 뒤늦게 알고 국내에서 사용이 허가되지 않은 낙태약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불법으로 구입해 건넸다. 이를 복용한 아내는 3~4일 후 복통을 느끼다 자기 집 화장실에서 아이를 조기 출산했다. 당시 아이는 임신 31주 차였다.

조사 결과 A씨는 태아 성별에 대한 불만과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아내에게 임신 중절을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과거에도 아내에게 낙태를 강요해 2차례나 임신중절을 경험하게 했다. 형법 251조는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해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한 때는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아내가 임신 8개월에 이른 상태인데도 임신중절을 종용하며 약물을 복용케 했다”며 “급기야 아내가 변기에 영아를 분만하자 그대로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피고인이 사체를 유기하지 않았고 뒤늦게나마 112신고가 이뤄진 점, 2개월 가까이 구속돼 있으면서 범행을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B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22일 열린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