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기간 1년 남기고 총감독 맡아
“선수 육성보다 코칭스태프 지원”
조동현 수석코치 신임 감독 선임

농구대잔치가 최고 인기를 누릴 시절 연세대와 실업팀 기아에서 명가드로 맹위를 떨쳤던 유재학(59)은 무릎 부상으로 일찍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다. 그리고 프로농구가 출범한 뒤 1997년 만 34세에 인천 대우(현 대구 한국가스공사) 사령탑에 오르며 감독생활을 시작했다. 2004∼2005시즌 울산 현대모비스의 지휘봉을 잡으며 2021∼2022시즌까지 팀을 이끌었다. 18년간 현대모비스에서 그는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각각 6차례씩 일구며 최고 명장으로 자리 잡았다. 수가 많아 ‘만수’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였다. 이대로라면 유재학 감독은 미국프로농구(NBA) 최장수 감독으로 26년째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이끈 그레그 포포비치를 넘어설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유 감독이 일선에서 물러난다. 현대모비스는 20일 유 감독이 총감독을 맡고 조동현(46) 수석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계약기간이 1년이 남아있던 유 감독은 “앞으로 선수 육성보다는 차기 감독 및 코치진 육성과 지원을 하는 것이 지금까지 지원해 준 구단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해 총감독을 맡겠다”고 구단에 건의했다. 구단은 적극적으로 만류했지만 결국 유 감독 뜻을 꺾지 못했다. 유 감독은 앞으로 총감독으로서 경기 운영 및 선수단 운영 관련 코치 육성에 초점을 두고 새로 출범하는 ‘조동현호’를 지원할 예정이다.
프로농구 감독 최초이자 유일한 700승 사령탑인 유 감독은 이제 정규리그 통산 724승533패(승률 0.576)의 성적을 남기고 코트를 떠난다. 유 감독 기록은 통산 감독 다승 2위인 전창진 전주 KCC 감독 506승에 크게 앞서 당분간 깨지기 어려워 보인다.

한편 조동현 신임 감독은 1999년 대우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부산 KT(현 수원 KT) 등에서 뛰었고, 2013년 은퇴 후 지도자의 길에 들어섰다. 2013년 현대모비스 코치로 부임한 그는 유 감독과 2년을 함께한 뒤 2015년 KT 감독으로 선임됐고, 2018년부터는 다시 현대모비스로 돌아와 수석코치를 지냈다. 조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창원 LG의 신임 사령탑이 된 조상현 감독과 함께 쌍둥이 형제가 동시에 프로 감독이 돼 코트에서 맞대결하는 장면을 연출하게 됐다.
사령탑으로 새 출발하는 조 감독은 “현대모비스는 KBL 최다 우승 구단, 명문 구단이라는 이미지가 있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책임을 맡은 만큼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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