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맷 피츠패트릭(28·잉글랜드)은 2013년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잉글랜드 남자 골프를 이끌어갈 차세대 유망주로 떠올랐다. 2014년 프로 전향 이후 DP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에 뛰어들어 7승을 거두는 활약을 보였지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는 우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이처럼 ‘아마추어 1위’ 출신이라는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보이지 못하던 피츠패트릭이 PGA 투어 메이저 대회 US오픈(총상금 1750만달러)에서 데뷔 첫승을 메이저 우승으로 장식했다. 피츠패트릭은 20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브루클린의 더 컨트리클럽(파70·7207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버디 5개와 보기 3개로 2언더파 68타를 쳤다. 4라운드 합계 6언더파 274타를 기록한 피츠패트릭은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6·미국)와 지난해 신인왕 출신 윌 잴러토리스(26·미국)를 1타차로 제치고 짜릿한 첫승의 감격을 누렸다. 우승 상금은 315만달러(약 40억7000만원). 피츠패트릭은 경기 뒤 “오랫동안 US오픈 우승을 꿈 꿨다”며 “US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 이후 부담감이 컸는데 첫 우승을 메이저에서 달성해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회 장소인 더 컨트리클럽 코스는 9년 전 피츠패트릭이 우승한 US아마추어 챔피언십이 열렸던 곳이다. 이에 피츠패트릭은 우승의 기운을 받기 위해 당시 대회 기간에 머물렀던 집을 숙소로 정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미국 신문 보스턴 글로브는 “9년 전 피츠패트릭은 더 컨트리클럽 회원인 윌 풀턴의 집을 빌려서 지냈는데 올해도 그 집에서 지낸 것은 물론 심지어 9년 전과 똑같은 침대에서 잤다”고 전했다.
3라운드까지 잴러토리스와 공동 선두이던 피츠패트릭은 이날도 마지막까지 잴러토리스와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쳤다. 전반홀까지 1타차로 앞서던 피츠패트릭이 10∼11번 홀에서 연달아 보기를 범한 반면, 잴러토리스는 11번 홀(파3)에서 버디를 낚으면서 2타차로 역전됐다. 하지만 후반 들어 티샷이 흔들린 잴러토리스가 12번 홀(파4)에서 1타를 잃는 틈을 타 피츠패트릭이 13번 홀(파4)에서 결정적인 15m짜리 버디를 잡으면서 다시 공동 선두를 이뤘다. 15번 홀(파4)에서 승부가 갈렸다. 잴러토리스는 보기를 범했고 피츠패트릭은 5.5m 짜리 버디를 떨궈 2타 차 단독 1위가 됐다. 이후 셰플러와 잴러토리스가 1타씩 줄였지만 전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올해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셰플러는 14번 홀(파5) 약 2.5m 버디 기회를 살리지 못한 장면이 아쉬웠다. 잴러토리스 역시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7.5m 정도 거리의 버디 퍼트를 시도했으나 왼쪽으로 살짝 빗나갔다. 잴러토리스는 지난해 마스터스, 올해 PGA 챔피언십에 이어 메이저 대회에서 준우승만 세 번째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는 ‘PGA 잔류파’와 ‘LIV 골프파’의 맞대결로 화제를 모았으나 PGA파 선수들이 완승을 거뒀다. 마쓰야마 히데키(30·일본)가 4위(3언더파 277타),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33·북아일랜드)와 콜린 모리카와(24·미국)가 공동 5위(2언더파 278타)에 자리했고 전날 선두와 1타차 3위에 올라 대회 2연패를 노리던 세계랭킹 3위 욘 람(28·스페인)은 이날 4타를 잃으면서 공동 12위(1오버파 281타)로 대회를 마쳤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의 지원을 받는 LIV 골프에 합류한 선수중 더스틴 존슨(41)이 공동 24위(4오버파 284타)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고 브라이슨 디섐보(29)는 공동 56위(13오버파 293타)로 저조했다. 또 필 미컬슨(52·이상 미국)과 미국교포 케빈 나(39), 루이 우스트히즌(39·남아공)은 컷탈락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