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 “월북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북한을 굴복시킨 사건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대해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유족 측은 “정치적 이익에 따라 무책임한 발언을 내뱉는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씨 유족의 법률 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는 20일 ‘우상호 비대위원장 발언에 대한 피살공무원 아들의 반박문’이라며 이씨의 아들이 작성한 A4 용지 두장 분량의 손편지를 공개했다.
이씨의 아들은 편지를 통해 “하루아침에 남편과 아버지를 잔인하게 잃은 가족의 처참한 고통이 어떤 것인지 아느냐”며 “적국에 의해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한 가정의 아픔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못하고 정치적인 이익에 따른 발언을 무책임하게 내뱉는 것에 국회의원의 자격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운을 뗐다.
우 위원장의 ‘월북인지 아닌지 뭐가 그리 중요하냐’는 발언에 대해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면 왜 그때 그렇게 월북이라 주장하며 사건을 무마시키려 했던 것이냐”며 “‘월북’이라는 두글자로 저는 어머니와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했고 우리 가정은 완전히 망가졌는데, 지금 국민을 상대로 장난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사과를 받고 북한을 굴복시켰으니 된 것 아니냐’는 우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누가 누구한테 사과했다는 것이냐”며 “김정은이 제 가족에게 사과했나”라고 물었다.
이어 “그리고 제가 용서를 했나”라며 “조선중앙통신에서 모든 책임이 남쪽에 있다고 했는데, 이것이 북한을 굴복시킨 것이냐”고 거듭 따졌다.
그러면서 “무슨 자격으로 사과를 받았으니 된 것 아니냐는 말을 내뱉는 것이냐”고 분노했다.
‘가족에게 공개되지 않는 군 특수정보가 월북했다는 증거’라는 우 위원장의 발언과 관련해서는 “아버지는 월북자, 남겨진 가족은 월북자 가족이 되는 건데 이런 끔찍한 죄명을 주려면 확실하고 명확한 증거를 가족이 확인해야 하는 것”이라며 “당신들만 알고 공개조차 할 수 없는 것을 증거라며 ‘너희 아버지는 월북이 맞으니 무조건 믿어달라’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아울러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님은 사건 관련 정보를 유족에게 모두 제공해야 한다고 했었다”며 “킨타나 보고관님과 법원 판사님이 ‘신색깔론자’인 것이냐”고 재차 꼬집었다.
덧붙여 “법 위에 군림하려는 지난 문재인 정부의 낯 뜨거운 민낯”이라며 “투명하게 모든 것을 공개하고 직접 챙기겠다고 한 한나라 대통령의 약속은 가벼웠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피살사건과 관련한 대통령기록물 공개도 거듭 촉구했다.
이씨의 아들은 “그렇게 떳떳하시면 법원 판사님께서 공개하라고 판결한 정보를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할 때 의원님은 왜 가만히 계셨느냐”며 “그렇게 확신하시면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아버지의 모든 정보를 지금이라도 공개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나아가 “저희 아버지는 월북자가 아니다”라며 “당사자 육성 고백이 아닌, 아버지를 살해하고 시신까지 불태운 만행을 저지른 적대 국가의 살인자 말을 듣고 정황만으로 아버지를 월북자로 낙인찍은 것은 자국민의 편이 아닌 북한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발언임을 부디 인식해달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우 의원님의 소속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소속이 아님을 기억하시라”며 “국회의원으로서 아버지 죽음에 상당한 관심이 있는 듯하시고, 가족 못지않게 그날의 진실이 궁금하신 듯하니 대통령기록물 열람에 동의하시리라 생각한다”고 끝맺었다.

우 위원장은 앞서 지난 17일 이번 사건에 대해 “(여권이) 문재인 정부가 북한 눈치 보면서 살살 기었다는 방향으로 몰고 가고 싶은 모양”이라며 “오히려 (해당 사건은) 북한 눈치를 본 게 아니라 굴복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우리 국민이 북한 군인에 의해서 희생됐고 항의했고 사과를 받았다”며 “그걸로 마무리된 사건 아니냐”고도 했다.
계속해서 “그분(이씨)의 월북 의사가 있었는지 아닌지가 뭐가 중요하냐”고 덧붙였다.
지난 19일에도 이 사건을 문 정부의 ‘월북 공작’이라 규정한 국민의힘을 겨냥해 “북한에 굴복했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신색깔론”이라고 반박했다.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로 관련 대통령기록물 자료를 공개하자’는 국민의힘 주장을 두고서도 “문재인 정부 공격을 위해 모든 첩보와 대북 감시 기능을 무력화하겠다는 건가”라고 역공했다.
또 국민의힘 의원들도 사건 발생 당시인 2020년 9월 관련 정보를 보고받고 월북으로 결론 내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 위원장은 “이 첩보 내용은 당시에 국회 국방위원회나 정보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같이 열람했다”며 “지금 여당 의원들도 다 보고 ‘월북이네’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어떻게 이런 내용을 정쟁으로 바꾸나”라고 반문했다.
한편 고인은 2020년 9월21일 서해상에서 어업 지도선인 ‘무궁화 10호’를 타고 임무를 수행하다 실종됐었다. 당시 북한군은 최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그를 사살한 뒤 기름을 부어 불태웠다.
해경은 사망 한달 후인 10월22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씨는 출동 전후와 출동 중에도 수시로 도박을 하는 등 인터넷 도박에 깊이 몰입했다”며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었다.
이에 유가족들은 ‘월북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해경 발표를 반박했었다.
해경은 지난 16일 현장 조사와 국제사법 공조 등 종합적인 수사를 진행한 결과 고인의 ‘자진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1년9개월 만에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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