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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국 외교의 모범’ 엘레만젠슨 前 덴마크 외상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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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20 06:49:38 수정 : 2022-06-20 06:4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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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냉전 기간에 덴마크 국익 책임져
"나토·EU 중시하고 미국과 관계 강화해야"
나토 사무총장·덴마크 총리 노렸으나 좌절
19일(현지시간) 80세를 일기로 타계한 우페 엘레만젠슨 전 덴마크 외교부 장관. AP연합뉴스

“1980년대 인구 580만명의 그리 크지 않은 나라 덴마크가 국제질서 형성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국익을 챙길 수 있도록 만든 정치적 거인이었다.”

 

19일(현지시간) 80세 나이로 타계한 우페 엘레만젠슨 전 덴마크 외교부 장관에 대한 AP통신의 평가다. 고인은 재임 시절 덴마크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또 덴마크와 유럽연합(EU)의 관계를 돈독히 다지고 미국과 유럽의 결속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데 기여했다. 투철한 반공(反共)정신을 기초로 평생 소련 및 그 후예인 러시아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한 고인의 자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정세가 뒤흔들리는 요즘 더욱더 빛나 보인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고인은 제2차 세계대전 와중인 1941년 11월 태어났다. 당시 덴마크는 나치 독일에 점령돼 있었다. 강대국들 틈바구니 속에서 덴마크처럼 작은 나라가 독립을 유지하고 국익을 관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고인의 평생 화두가 되었다.

 

자유당 소속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한 고인은 불과 40세이던 1982년 덴마크 외교장관에 올랐다. 이후 1993년까지 무려 11년간 그 자리를 지키며 동서 냉전의 격화와 말로를 지켜봤다. 소련에 비판적이었던 고인은 덴마크가 나토, 그리고 EU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특히 유럽 안보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역할을 냉철히 인정하고 범대서양 동맹 강화에 헌신했다. 덴마크 일각의 평화주의 및 반미주의에도 불구하고 고인은 1990∼1991년 걸프전쟁 당시 ‘이라크를 응징해야 한다’는 미국의 노선을 일관되게 지지했다.

 

1991년 소련 해체 전후에는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의 독립을 강력히 후원했다. 이 세 나라는 1940년 스탈린 정권에 의해 강제로 소련에 병합됐었다. 당시 덴마크는 50여년 만에 주권을 되찾은 발트 3국을 가장 먼저 승인하고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정계를 은퇴한 뒤에도 1998년 발트해 지역의 경제발전을 목표로 하는 싱크탱크 ‘발트개발포럼’을 창립하고 2011년까지 회장을 맡았다.

 

외교장관을 마치고 1995년 나토 사무총장 물망에 올랐던 고인은 미국의 지지 선언에도 불구하고 나토 내 미국의 독점적 지위를 견제하고 나선 프랑스의 강력한 반대로 총장이 되지 못했다. AP통신은 “오랫동안 꿈꿔 온 나토 사무총장 도전이 불발됐을 때 고인은 크게 실망했다”고 소개했다. 1998년에는 덴마크 총리가 될 뻔했으나 국내정치의 복잡한 역학관계와 주요 정당들의 동상이몽 속에서 이 또한 좌절에 그쳤다. 그 직후 고인은 아예 정계를 떠나 싱크탱크 운영과 언론 기고 등에만 전념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고인을 “냉전 기간 능숙하게 우리나라를 대표했던 분”이라고 기억했다. 고인이 평생에 걸쳐 러시아를 비판해 온 점을 의식한 듯 프레데릭센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대륙에서 전쟁이 다시 시작된 지금 ‘강력하고 안전하며 민주적인 유럽’을 갈구한 고인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큰 울림을 준다”고 강조했다.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도 “고인은 평생 동안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의 진정한 친구였다”며 “고인의 꾸준한 지원 덕분에 우리는 EU와 나토에 진입할 수 있었다”고 추모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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