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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법정 최대한도까지 인하… 전기·가스 요금은 인상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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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20 06:00:00 수정 : 2022-06-20 07: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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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비상경제장관회의 개최
7월부터 ℓ당 57원 추가로 내려
유가 오름폭 커 체감효과 낮을 듯
교통카드 소득공제율도 80%로↑

국내선 항공유 할당관세 한시적 폐지
유가보조금 지원 단가도 ℓ당 50원 인하
농축수산물 비축물량 방출 가격 안정
철도·우편·상하수도 등 공공요금 동결
민간 고통분담 요구 전 솔선수범 차원
고물가 지속 관측 속 취약층 배려 부족
전문가 “환율시장 안정화 노력도 필요”

우크라전쟁 장기화에 수급난 심화
글로벌투자銀 국제유가 전망 상향
골드만삭스 “하반기 배럴당 135弗”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기존 30%에서 법적 최대한도인 37%까지 낮추는 방안에 대한 발표가 예정된 1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주유기가 걸려 있다. 뉴시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모두 ℓ당 2100원을 넘기며 국민 부담이 가중되자 정부가 법 개정 없이 쓸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카드인 ‘유류세 법정 최대한도(37%) 인하’를 꺼내 들었다. 정부는 공공부문의 물가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 공공요금 동결을 원칙으로 하되, 전기·가스 요금은 인상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경제 관련 부처들은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잡고 민생 부담을 완화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윤석열정부 경제부처 수장들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첫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대책들을 발표했다.

 

회의를 주재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유가에 따른 서민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한 조치를 긴급히 시행하고자 한다”면서 “유류세 인하 폭을 7월부터 연말까지 법상 허용된 최대한도인 37%까지 확대해 석유류 판매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휘발유·경유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 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특단의 조치로 평가된다. 이미 정부는 휘발유·경유·LPG부탄 유류세에 대해 역대 최대 수준인 30% 인하 조치를 시행 중인데, 유류세 탄력세율을 조정하는 ‘최후의 수단’까지 써 유류세 인하 폭을 더 늘린다는 것이다. 탄력세율 조정을 통한 유류세 인하 폭 37% 적용은 시행령 개정 사안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휘발유는 ℓ당 57원, 경유는 ℓ당 38원(부가가치세 포함)이 추가 인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국제유가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이어 갈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는 만큼 유류세 인하 효과가 금방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정부는 또 고유가에 따른 서민 부담 경감과 대중교통 이용 촉진을 위해 하반기 대중교통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현행 40%에서 80%로 높이고,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지급 기준가격은 7월부터 9월까지 ℓ당 1750원에서 1700원으로 50원 인하하기로 했다. 정부는 최근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생산원가 부담이 높아진 전기와 가스요금에 대해선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추 부총리는 “철도·우편·상하수도 등 중앙·지방 공공요금은 하반기에 동결을 원칙으로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이라면서도 “전기·가스 요금은 뼈를 깎는 자구노력 등을 통해 인상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요금 인상에는 착수하되 인상 폭을 최대한 낮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농축수산물의 물가 안정을 위해선 가격 상승 품목 중심으로 매일 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비축물자 방출·긴급 수입 등 수급 관리와 가격 할인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추 부총리는 “앞으로도 물가 안정에 즉각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과제들은 계속해서 추가 발굴하고 신속히 집행해 민생의 어려움을 덜어드리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회의는 종전의 경제관계장관회의가 비상경제장관회의로 개편된 뒤 처음 열린 것으로, 경제장관들은 각 부처 책임 아래 소관 분야 중점 품목에 대한 가격·수급 동향을 매일 점검하고, 불안 조짐이 포착되는 즉시 대응하기로 뜻을 모았다.

19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에서 시민들이 야채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물가 3축’ 급한 불 끄기 먼저… 외환관리 등 장기 대책 빠져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개최된 비상경제장관회의에는 정부가 당장 가용할 수 있는 물가대책이 총망라돼 제시됐다. 기존의 경제장관회의를 비상경제장관회의로 개편한 정부는 휴일에 첫 회의를 열 정도로 물가를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폭을 최대(37%)로 확대하고, 감자 등 비축물량을 방출키로 하는 등 유가와 농축수산물 가격을 안정화하는 데 주력키로 했다. 아울러 도로통행료 등 공공부문 요금을 동결하거나 전기요금 등의 인상은 최소화하기로 했다. 민간에 임금 인상 억제 등 고통 분담을 요구하기 전에 공공부문이 먼저 ‘솔선수범’해 물가 안정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 악재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이런 단기 대책 외에 환율 안정 및 서민 지원 방안 등 장기적으로 물가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정책도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류세 최대로 낮추고, 농축수산물은 물량 확대에 방점’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물가를 잡기 위한 정부의 이번 대책은 유가와 농축수산물, 공공요금 부문에 집중됐다.

 

유류세를 법정 최대한도인 37%까지 7월부터 연말까지 인하하고, 경유 유가연동보조금을 한시적(7∼9월)으로 확대하는 방안은 정부가 제시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카드로 지목돼 왔다. 법 개정 없이 시행령과 고시 개정을 통해 즉각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류세 추가 인하로 정부는 ℓ당 10㎞로 하루 40㎞를 휘발유 차량으로 주행하는 사람의 경우 유류세 인하 전보다 월 3만6000원 정도, 인하 폭을 낮추기 전보다 월 7000원 정도 유류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유가연동보조금 지원 기준단가는 ℓ당 1750원에서 1700원으로 인하된다. 만약 경유가격이 ℓ당 2050원이라면 기준단가가 1750원인 현재의 경우 정부 보조금은 차액의 절반인 ℓ당 150원이다. 그런데 이번에 기준가격이 50원 더 인하됨에 따라 이 경우 보조금은 175원으로 확대된다.

대중교통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확대는 시내·시외버스 등의 이용을 촉진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총급여의 25%를 초과한 카드 사용금액에 대해 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인데, 정부는 특히 대중교통 사용분에 대한 공제율을 기존 40%에서 80%로 높였다. 가령 총급여의 25%를 초과한 신용카드 사용금액 중 대중교통에 지출한 금액이 상·하반기에 각각 80만원이라면 대중교통 소득공제액은 기존 64만원에서 96만원까지 높아진다. 이 방안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사안으로 7월부터 연말까지 적용된다. 정부는 이와 함께 유가 인상에 따른 항공료 인상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국내선 항공유에 8월부터 올해 말까지 0%의 할당관세를 적용키로 했다.

 

농축수산물 급등세를 낮추기 위한 대책은 물량을 늘리는 것에 방점이 찍혔다. 이달 말에 양파 1282을 도매시장에 출하하는 한편 수입 감자 368을 가락시장에 방출하고, 부족한 농산물의 경우 긴급 수입하는 식이다. 정부는 아울러 지난달 말 발표한 민생안정대책에 포함된 돼지고기 할당관세 물량(5만t)을 신속히 수입하고 필요할 경우 물량을 5만t 더 늘릴 방침이다. 아울러 명태 가격 안정을 위해 원료 구매 자금 융자(200억원)가 이뤄지고 생협 등 31개 판매처와 연계해 수산물 가격 할인행사가 최대 40% 범위 내에서 실시된다.

정부 당국에 따르면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가 3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수용할지를 두고 내부 논의를 하고 있는 가운데 19일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전기계량기가 보이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공공부문 요금 동결로 ‘솔선수범’… “외환시장 안정 방안 필요”

 

전기·가스 요금 인상폭은 최소화하되 철도·우편·상하수도 요금 동결 기조는 계속된다. 우선 전기요금을 비롯해 에너지 관련 요금과 관련해 정부는 “(공기업의) 뼈를 깎는 자구 노력 등을 통해 인상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특히 전기요금과 관련해 한국전력의 경영 효율화, 출자지분 매각 등을 가격 인상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오는 21일 전기요금 인상안이 발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앞서 한전은 지난 16일 산자부와 기재부에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신청내역을 제출하면서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을 최대 폭(3원)으로 요구한 바 있다.

 

정부는 아울러 도로통행료, 철도요금, 우편요금, 광역상수도 요금, 자동차검사 수수료 등은 동결하고, 상하수도 요금과 쓰레기봉투료 등을 포함한 지방 공공요금도 동결 기조 하에 관리키로 했다. 이 같은 공공요금 인상 규제는 민간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기 전에 공공이 먼저 행동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물가 안정을 위해선 임금 억제 등 민간의 참여가 필수적인 만큼 공공부문부터 솔선수범하겠다는 것이다.

모두발언 마친 추경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일각에선 향후 수개월 동안 5%대 물가 상승률이 예정된 만큼 취약계층을 위한 보다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이번 대책에 취약계층을 위한 방안은 기존에 발표됐던 긴급생활지원금(227만가구, 최대 100만원), 에너지 바우처 외에 별도로 제시되진 않았다. 아울러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자이언트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등 주요국의 급속한 긴축 전환으로 환율이 급등하고 있는 만큼 수입가격 안정을 위한 방안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비상경제장관회의를 개최하면 보여주기식 대책과 정책 의지 표명 정도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러지 않기를 기대한다”면서 “유류세 인하 등은 단기적인 조치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노력과 통화 및 재정 정책의 공조의지 표명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유 2116원, 휘발유 2107원… 연일 최고가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연일 고공행진을 하며 최고가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특히 휘발유보다 비싼 경유 가격은 ℓ당 2116원대를 기록할 정도로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9일 오후 7시 기준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각각 2107.81원, 2116.26원을 기록했다.

19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기흥휴게소 주유소에서 차량이 주유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국내 휘발유값은 지난 11일 2064.59원을 기록해 10년 2개월 만에 역대 최고가(2012년 4월18일 2062.55원)를 갈아치웠다. 경유값은 지난달 12일 1953.29원으로 최고가(2008년 7월16일 1947.74원)를 13년 10개월 만에 경신했다. 이후 한 달 넘게 매일 최고가 신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경유 가격의 연초 대비 상승률은 46.7%로 휘발유(29.8%)보다 훨씬 높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지난 1월1일 각각 ℓ당 1623.79원, 1442.42원이었다. 5개월 만에 휘발유는 484원, 경유는 673원 넘게 상승한 것이다. 경유값의 경우 2020년 5월 평균 판매가격(1065.79원)과 비교하면 2년 만에 2배 가까이 뛰었다.

 

최근 국내 경유값이 휘발유값을 앞지른 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경유 수급난의 영향이 크다. 유럽에선 경유를 연료로 쓰는 디젤차량을 많이 타는 편인데, 코로나19 사태로 이동이 줄자 현지 정유업체들은 경유 생산을 줄였다. 경유 재고가 급격히 줄어든 상황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경유 수급난이 더욱 심각해졌다. 러시아산 석유제품에 대한 세계 각국의 제재가 이어지면서 수급의 불확실성은 커진 상황이다.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석유 금수 시행, 산유국의 여유 생산 능력 부족, 낮은 재고 수준 등을 이유로 국제유가 전망치를 올려 잡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하반기, 내년 상반기 평균 유가를 이전 전망치보다 10달러 상향 조정해 배럴당 135달러로 제시했다.

 

업계에서도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 조치 완화 및 미국의 하계 휴가철 드라이빙 시즌(6∼8월) 도래로 수요가 늘고 있어 고유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강진 기자, 세종=이희경 기자, 곽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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