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이뤄지는 약식 기자회견인 이른바 ‘도어 스테핑(Door stepping)’에서 언젠가 사고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원고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전 원장은 17일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대통령의 말씀과 언어는 정제되고 참모들이 검토해서 나와야 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앞에서 매일 하는 게 아니다”라며 “어떤 이슈가 있을 때 다 검토해서 쭉 한마디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10일 윤 대통령 취임 한 달을 맞아 ‘도어 스테핑’과 통합 행보 등을 ‘새로운 10가지 변화’로 선정했다. 당시 기준 윤 대통령의 도어 스테핑은 총 12회 진행됐으며, 대통령실은 “역대 대통령과 비교 불가능한 소통 방식과 횟수를 통해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천했다”고 자평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날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진행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간 ‘도시락 오찬’에서 “미국 백악관 스타일”이라고 호평했다.

이에 박 전 원장은 ‘새 정부가 전 정부의 정치보복 수사에 나섰다’던 더불어민주당 주장에 “민주당 정부 때는 (과거정부 수사를) 안 했나”라고 받아친 윤 대통령의 출근길 발언(6월17일)을 끌어왔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에서 정권이 교체되고 나면, 형사사건 수사라는 것은 과거 일을 수사하는 것이지 미래 일을 수사할 수는 없지 않으냐”면서 정상적인 사법 시스템의 정치논쟁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통령실은 “수사가 과거에 대한 거라는 말씀을 굳이 확대해석할 건 없다”며, “어떤 특정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한 말씀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발언이 아니라 오로지 수사의 ‘일반론’을 윤 대통령이 부각했다는 의미다.
박 전 원장은 방송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에 ‘법에 따라 되지 않겠느냐’던 윤 대통령 발언(6월7일)도 적절치 않았다고 짚었다. 박 전 원장은 “‘이건 정치적으로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니 자제하라’고 했으면 얼마나 박수를 받았겠느냐”며, 해당 발언이 씨가 돼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인근에서 ‘서울의소리’ 맞불 집회가 열리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박 전 원장은 “참모들 의견을 들어서 말씀하시고 차라리 한 달에 한 번 간담회를 갖는 게 어떤가”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나아가 “그렇게 말씀 잘하시고 실력이 있다고 하시지만 김대중 대통령도 외교부, 비서실 의견을 합쳐서 다 썼다”며 “원고를 써서 그대로 읽었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은 대개 ‘원고’를 읽으며, 원고를 읽지 않으면 사고가 난다는 주장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