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에 무기와 더불어 전략적 지속성 제공"
4개월 코스로 우크라 장병 약 1만명 훈련시켜

러시아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 전선에서 러시아에 밀리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영국군이 우크라이나군 훈련을 직접 맡기로 해 주목된다. 이는 영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 사용법을 알려주는 차원을 넘어 우크라이나군을 러시아군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강군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영국은 크림전쟁(1853∼1856) 당시 직접 러시아를 무찌른 바 있으며 러일전쟁(1904∼1905) 당시엔 동맹인 일본이 러시아를 격파하도록 배후에서 뒷받침하기도 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7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 및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 존슨 총리의 키이우행(行)은 지난 4월 초순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그는 전쟁 초반과 달리 키이우 시민들의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은 점을 거론하며 “시내 거리와 카페, 식당 등에 삶이 되돌아온 것을 보니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불과 몇 주 전에 여기에 와서 대통령님과 거리를 걸었을 때와 비교하면 훨씬 더 생동감이 넘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존슨 총리는 ‘러시아’라는 국명 대신 ‘푸틴 정권’(Putin’s regime)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경멸감을 드러냈다. 그는 “푸틴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가 더욱 강력해지록 계속해서 도울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곡물을 해방시키기 위해 다른 나라들과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인용해 “푸틴이 우크라니아 곡물을 인질로 붙잡는 바람에 식량이 꼭 필요한 나라들이 식량을 빼앗기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우크라이나가 가장 간절히 바라는 군사장비 공급도 계속할 뜻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그는 “새로운 장비를 사용하는 데 꼭 필요한 훈련도 함께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에 ‘전략적 지속성’(strategic endurance)을 제공하겠다고도 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오랫동안 옛 소련제 무기로 무장해왔다. 최근 서방 국가들이 많은 무기를 공급했으나 낯선 무기 사용법을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제대로 익히지 못해 실전에서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는 돈바스 전투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 밀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새 장비 사용에 필수적인 훈련도 제공하겠다’는 존슨 총리의 약속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지속성을 끌어올리겠다는 대목이다. 존슨 총리는 구체적 방법론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영국 언론들은 우크라이나군을 위한 체계적 교육 프로그램을 뜻한다고 보도했다. 약 4개월 일정으로 우크라이나 영토 밖 모처에서 우크라이나 장병 약 1만명을 훈련시킨다는 것이다.
영국은 1940년대 들어 미국과 소련(현 러시아)이 부상하기 전까지는 세계 최고 군사강국이었다. 20세기 들어 발발한 제1·2차 세계대전에서 모두 승리했다. 19세기 크림전쟁에서는 직접 러시아군을 물리친 경험도 있다. 20세기 들어 동맹국인 일본이 러시아와 전쟁을 했을 때 영국은 비록 참전하진 않았으나 물심양면으로 일본을 도운 끝에 러시아를 패퇴시켰다. 당시 일본군이 쓴 장비 상당수가 영국산이었다. 실제로 2017년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는 방일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게 “영국에서 건조한 군함 덕분에 러일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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