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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 프레임’ 짜맞추기? 피살 공무원 동료에게 ‘실종자, 北 관련 서적·방송 봤나’ 물은 해경

입력 : 2022-06-18 11:58:02 수정 : 2022-06-18 20: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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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피격’ 사망 공무원 사건에…동료들 진술 참여
조서에 적힌 질문…‘실종자가 평소 북한에 대해 말했나’, ‘월북했다고 생각하나’ 등
동료들의 답변은…‘월북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색 드러나는 말 들은 적 없다’ 등
고개 숙인 해경과 국방부…감사원, 해경과 국방부 상대 감사 착수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의 피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이대준씨의 배우자가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 피격으로 사망한 해양수산부 어업지도관리단 소속 공무원 이대준씨의 동료들이 해양경찰의 조사 과정에서 ‘실종자가 북한에 관련된 서적이나 방송 등을 본 적 있느냐’ 등 질문을 들은 것으로 확인됐다. 진술에 참여한 동료들은 ‘뉴스에서 월북이라고 나오길래 터무니없는 말이라 놀랐다’, ‘월북했다 생각하지 않는다’ 등 답변을 내놓았었다. 이는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던 당시 해경과 국방부의 중간 수사 결과와는 결이 다른 것으로 해석된다. 해경과 국방부는 사건 1년9개월 만인 지난 16일 자진 월북의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며 결국 입장을 번복하고 고개 숙였다.

 

당시 조서에 따르면 2020년 9월24일 오후 1시부터 2시간 동안 임의 출석해 조사 받은 이씨의 동료 A씨는 ‘선장이 보기에 이대준이 실종될만한 이유가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고 ‘실종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A씨는 이어 ‘이대준이 평소 북한에 대해 말한 것이 있느냐’, ‘오늘 뉴스에 이대준이 월북했다는 뉴스가 나오는데 혹시 본 적 있느냐’ 등 질문도 들었다.

 

A씨는 전자에는 ‘평소 북한에 대해 관심을 표하지 않아 잘 모른다’고 했고, 후자에는 ‘월북이라고 나오길래 터무니없는 말이라 깜짝 놀랐다’고 답했다. 아울러 ‘근거 없이 월북이라는 뉴스가 왜 나왔을까’라는 질문에는 ‘매스컴에서 말하기 좋으라고 하는 것 같다. 매스컴에 많이 실망했다’고 말했다.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의 피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이대준씨의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가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료 B씨도 ‘실종자가 북한에 관련된 말이나 방송, 서적 등을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서 ‘전혀 들은 적 없고, 정치색이 드러나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특히 동료 C씨는 ‘실종자가 월북을 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다소 강경하게 보이는 어조로 답한 것으로 조서에 나타났다. 이유를 묻자 그는 “월북한다면 방에 비치된 방수복을 입고 바닷물에 들어갔어야 한다”며 “그 추운물에 그냥 들어갔다는 것은 월북이 아니라 자살로 생각된다”고 답했다. 계속해서 “9월21일 오전 1시~6시에는 물살이 동쪽으로 흘러서 그것을 뚫고 북쪽으로 간다는 건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근거도 댔다.

 

동료 D씨도 ‘바다에 빠지면 저체온증으로 3시간 이내에 죽는다는 말을 한 것을 이씨에게 들은 적이 있다’, ‘북한으로 갈 이유도 없어 월북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가 월북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이처럼 동료들의 진술조서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씨의 실종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월북’만큼은 아니라고 본다는 게 당시 해경 조사에 참여한 동료들 생각으로 읽힌다.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의 피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이대준씨의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가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던 2년 전 중간 수사 결과를 지난 16일 해경은 뒤집으면서, “피격된 공무원의 월북 여부를 수사했으나 북한 해역까지 이동한 경위와 월북 의도를 판단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월북 판단 근거로 제시했던 국방부의 첩보 자료 등으로도 월북을 단정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국방부도 같은 날 “해경의 수사 종결과 연계해 관련 내용을 다시 한 번 분석한 결과, 실종 공무원의 자진 월북을 입증할 수 없다”며 이씨가 월북을 시도했을 거라고 추정된다고 발표한 데 대해 1년9개월 만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씨의 유족은 해경과 국방부의 입장 번복 다음날인 17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월북 프레임을 만들려고 조작된 수사를 한 것”이라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감사원도 같은 날 해경과 국방부 상대로 한 감사에 착수하면서 “최초 보고 과정과 절차 등을 정밀하게 점검해 업무처리가 적법·적정했는지에 대해 확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두 기관이 이씨의 월북 시도를 단정한 경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취지이며, 이를 위해 감사원 특별조사국 소속 감사 인력을 투입해 해양경찰청 및 국방부 등 사건 관련 기관을 대상으로 자료수집을 즉시 실시하기로 했다. 정리된 자료수집 내용을 토대로 본감사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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