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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로 호국·안보 일깨운 서양화가 박창돈씨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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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18 00:25:48 수정 : 2022-06-18 00:2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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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도서 태어나 1949년 월남한 실향민
고구려 양만춘·고려 최영 등 전쟁 영웅들
고인이 성의껏 그린 ‘민족기록화’로 부활
고(故) 박창돈 화가가 그린 민족기록화 ‘’홍산 전투’. 고려 말인 1376년 최영 장군이 왜구를 토벌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SNS 캡처

고구려의 양만춘 장군, 고려 말의 최영 장군 같은 위대한 군인들이 지휘한 전투 장면을 민족기록화에 담아낸 서양화가 박창돈 전 목원대 교수가 16일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94세.

 

1928년 황해도 장연에서 태어난 고인은 해주 미술학교를 졸업했다. 6·25전쟁 발발 1년 전인 1949년 공산주의가 싫어 자유를 찾아 월남한 뒤 평생을 실향민, 이산가족으로 살았다. 본명 대신 ‘박돈’이란 이름으로 활동한 고인은 초가집, 한복 입은 여성, 백자를 머리에 인 여인, 토기나 광주리를 든 소녀 등을 통해 잃어버린 고향의 정서를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고인의 작품 세계에 관해 “남달리 망향감에 밀착된 작품을 추구하여 각별한 표현 체계를 성립했다”고 평가한다.

 

6·25전쟁 이후 한국 미술계가 제대로 자리를 잡아가던 시절 대한민국 미술 전람회, 즉 국전(國展) 초대 작가,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서라벌예술대학(현 중앙대), 홍익대 강사 등을 거쳐 목원대 교수를 역임했다.

 

고인은 ‘한국적 정취를 담아낸 서양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대중의 기억엔 고인이 그린 민족기록화가 더 강렬하게 남아 있다. 공산 정권 탓에 고향을 잃고 가족과도 헤어진 고인 입장에선 강렬한 민족기록화로 우리 국민의 상무(尙武)정신을 일깨워 남북통일을 앞당기려는 열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민족기록화로 양만춘 장군의 ‘안시성 전투’, 그리고 최영 장군의 ‘홍산 전투’ 그림을 들 수 있다. 1975년 그린 ‘안시성 전투’는 서기 645년 당시 중국 당나라 태종의 고구려 정벌 시도에서 비롯했다. 안시성 방어 책임자였던 양만춘 장군은 당나라 군대의 거센 공격에도 약 3개월을 버틴 끝에 되레 당나라 군대를 패퇴시켰다.

 

그보다 더 유명한 작품이 ‘홍산 전투’ 민족기록화다. 고려 말인 1376년 왜구가 우리 서해안으로 침공해 관군을 무너뜨리고 오늘날의 충남 부여 지역까지 진출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 최영 장군이 직접 군대를 이끌고 최전선으로 가 왜구를 섬멸했다. 고인이 그린 그림은 곳곳에 불이 붙어 위험하고 혼란하기 그지없는 전장에서 백마를 탄 최영 장군이 왜구를 겨냥해 화살을 조준하는 모습을 담아 지금도 보는 이들로 하여금 호국 의지를 불태우게 만든다.

 

유족으로 자녀 박완철·순철·의숙씨 등이 있다. 반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은 18일 오전 9시20분, 장지는 동화경모공원. (010)9923-6011 또는 (02)3010-2992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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