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껏 35%만 집행… "EU 1위 경제대국 맞아?"
동맹국들 중에서도 "약속 지켜야" 쓴소리 나와

유럽연합(EU)을 이끄는 ‘빅3’ 독일·프랑스·이탈리아 정상이 한꺼번에 우크라이나로 달려가 연대 의지를 표명했으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표정은 좀처럼 밝아지지 않았다. 세계 언론의 이목은 세계 4위이자 EU 역내 1위 경제대국 독일 총리 입에 쏠렸지만 그의 입에서 ‘우크라이나에 추가로 무기를 지원하겠다’는 말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국제사회 일각에선 “대체 독일은 뭘 하고 있는 것이냐”는 힐난이 그치지 않고 있다.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는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서방 각국이 공언한 우크라이나 지원 금액 규모 대비 실제로 집행이 이뤄진 액수 비율을 계산한 자료를 게시했다. 에스토니아, 폴란드, 노르웨이, 캐나다는 100%를 기록했다. 경제 규모가 작아 지원액 자체는 많지 않지만 라트비아, 벨기에, 룩셈부르크, 핀란드 등도 약속한 금액의 100%를 이미 집행했다. G7(주요7개국)의 일원인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경우 애초 자국의 경제 규모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액수의 지원을 약속했으나 아무튼 100% 집행이 완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독일이다. 세계 4위, EU 1위 경제대국으로서 이제껏 5억유로(약 6800억원)가 넘는 돈을 지원하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실제로 집행이 이뤄진 금액은 그 35%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칼라스 총리는 독일을 비난하는 대신 “에스토니아는 약속을 지켰다”고만 했다. 그러나 이런 게시물을 올린 것 자체가 독일의 소극적 태도를 꼬집으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국제사회는 독일이 “우크라이나를 적극 돕겠다”고 다짐한 뒤에도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미적거린다고 의심한다.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시절 미국 등 세계 각국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국과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2’를 건설하는 등 대표적인 친(親)러시아 국가로 통했다. 최근까지도 독일은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석유와 가스에 에너지원을 의존해왔다.
숄츠 총리가 취임한 후,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달라지는가 싶었으나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국제사회, 특히 미국·영국의 시각이다.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독일 전문가의 기고문을 통해 “독일은 몇 달 전에 우크라이나에 중화기를 공급하기로 약속했지만 아직도 전달되지 않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독일의 기여는 애초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질타했다. 이를 숄츠 총리의 우유부단함 탓으로 돌린 NYT 기고문은 “젤렌스키를 포함한 동맹들이 독일의 국제법 지지와 자유 세계에 대한 헌신을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에서 가장 강하고 영향력이 큰 독일이 지체하면 할수록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은 더 많은 파괴를 자행할 것”이라며 “더 이상 지연할 시간이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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