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문제 없다”는 尹…“주민고통 방치”
극단 행동 말리고 ‘책임있는 정치’ 보여야

“집 안에 있어도 (확성기) 소리 때문에 참 .”
17일 윤석열 대통령 사저가 있는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인근에 거주하는 김모(60대)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날도 아크로비스타 건너편에서는 경남 양산의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에 대한 진보 성향 유튜브 ‘서울의소리’의 맞불 시위가 이어졌다. 이들은 “패륜집회 비호 윤석열 사과하라”, “주가조작 줄리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그 옆에는 보수 성향의 ‘신자유연대’ 회원들이 맞맞불 집회로 열며 “문재인, 이재명 구속수사하라” 등의 플래카드를 걸어두고 있었다. 경찰은 중간중간 소음을 체크할 뿐 별다른 개입은 하지 않았다.
김씨는 “주민들이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양산이고 서초동이고 누구라도 좀 말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담벼락에 “집회 소음으로 아기가 잠을 못 자고 울고 있습니다”, “수험생들이 공부하고 있습니다”와 같은 플래카드를 걸어두며 호소하기도 했다. 인근 직장인 이모씨는 “이제라도 정부가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사저가 있는 서초동에서도 문 전 대통령의 사저 앞 욕설시위에 대한 맞불집회가 4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는 실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은 양산뿐만 아니라 서초동 시위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답하며 시위를 방치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앞서 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양산 평산마을 주민들도 보수 단체와 유튜버들의 시위로 인해 환청이나 식욕 부진, 불면 등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등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평산마을 담벼락에는 ‘집회로 인하여 노인들 병들어 간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지만 시위대는 하루도 빠짐없이 시위를 이어갔다.

◆법적으로 문제없는 시위, 해결도 법으로?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는 “그나마 우리는 경찰이 소리를 줄여달라고 하면 줄여주고 있고 확성기도 아파트 방향이 아닌 옆쪽을 향하게 틀고 있다”며 “윤 대통령도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욕설 시위하는 것을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해서 주민들의 고통을 방치하지 않았나”고 말했다.
보수 단체들도 “우리는 저쪽(서울의 소리)에서 나오지 않으면 안 나올 것”이라며 “지금 양산에서는 코로나19 백신 피해자들이 집회하고 있는데 전 정부는 이를 들어주지도 않아서 나온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모두 자신들은 법을 준수하며 정당한 시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법으로는 소음이 크거나, 국회의사당, 대통령 관저 100m 이내 지역과 같이 집회 시위가 금지된 지역이 아니라면 시위를 규제할 수 없다.
이에 정치권은 최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을 6건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를 막기 위해 집회 시위를 금지하는 장소에 ‘전직 대통령 사저’를 추가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거나, 시위에서 모욕적이고 악의적인 표현으로 규제하는 ‘헤이트 스피치’방지법 등을 발의하기도 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경우 윤 대통령을 향한 시위를 겨냥해 ‘대통령 집무 공간’을 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장소로 규정하는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시위로 인해 고통받는 주민들의 피해를 고려하기보다는 자당 출신 대통령 집 앞 시위를 막기 위한 입법을 내놓고 있는 모습이다.

◆“극단적인 진영 대결, 법이 아닌 정치로 풀어야”
모든 문제를 대화나 설득이 아닌 법적으로 해결하는 정치권의 모습이 갈등을 더욱 부추긴다는 지적이 많다. 극단적인 진영 대립과 이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법이 아닌 정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인이라면 지지자들이 상대 진영에게 욕설한다거나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나서서 말리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지금은 정치가 실종된 상황”이라며 “모든 것을 다수결로 결정하거나 법으로 처벌하는 것이 정치가 아니다. 상대를 인정하고 건전한 방식으로 갈등을 풀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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