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9월 서해에서 북한군 총격으로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유가족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 지난 정부의 관련 인사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씨의 유족 측은 17일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향후 법적 대응 계획을 밝혔다.
지난 정부에서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했던 국방부와 해양경찰청이 사건 1년 9개월 만인 전날 수사 결과를 뒤집은 데 따른 것이다.
유가족 법률 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이 피살 공무원 사건을 보고를 받은 뒤 3시간이 지나 사망했는데, 그 시간 동안 무대응을 했다면 직무유기죄로 고소하고, 방치하도록 지시했다면 직권남용죄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기록물법상 법원에 영장을 발부받아야 (관련) 정보가 공개되는데 그 정보를 받기 위해 문 전 대통령을 고발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으로서 국민 보호 의무를 다했는지 알고 싶은 것이 1차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살인방조 혐의로 고소 의사를 밝힌 유족 측과 법률적인 검토 과정이 끝나지 않아 구체적인 혐의는 추후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11월 이씨 유족은 당시 청와대와 해경 등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고, 국가안보실이 해경과 국방부 등으로부터 받은 보고 내용을 일부 열람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관련 내용 대부분이 열람이 제한되는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이관돼 15년간 사실상 ‘봉인’된 상태다. 이 기록물을 보기 위해선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나 관할 고등법원장의 영장 발부가 있어야 한다. 유족은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하기 위한 고등법원장 영장 발부를 끌어내기 위해 변호사와 법률 검토 중이다.
앞서 유족 측은 지난달 25일 대통령기록관장에게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며, 오는 23일까지 공개 여부가 결정된다. 유족 측은 대통령지정기록물의 정보공개 청구가 거부된다면 행정소송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유족 측은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도 고발할 계획이다. 서 전 실장에 대해선 자료 공개 등과 관련 없이 공무집행방해죄 혐의로 고소한다는 방침이다.
김 변호사는 “2020년 9월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 국방부 등 국가기관에 하달한 지침으로 국방부와 해경의 정당한 공무집행이 방해돼 월북으로 발표된 것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서 전 실장을 고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인은 2020년 9월21일 서해상에서 어업 지도선인 ‘무궁화 10호’를 타고 임무를 수행하다 실종됐었다. 당시 북한군은 최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그를 사살한 뒤 기름을 부어 불태웠다.
해경은 사망 한달 후인 10월22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씨는 출동 전후와 출동 중에도 수시로 도박을 하는 등 인터넷 도박에 깊이 몰입했다”며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었다.
이에 유가족은 ‘월북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해경의 발표를 반박했었다.
해경은 전날 현장 조사와 국제사법 공조 등 종합적인 수사를 진행한 결과 고인의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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