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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야 낫는다”는 건강보조식품 판매원 믿었는데 사망…대법 “손해배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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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17 14:19:02 수정 : 2022-06-17 14:19:01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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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섭취 뒤 통증에도 “호전 증상” 주장해
부작용 심화에도 진료 대신 식품 추가 권유
재판부 “사회 통념상 용인하기 어려운 행위”
판매원 측 1억 3000여만원 배상 책임 인정
서울 서초구 대법원. 연합뉴스

건강보조식품을 먹고 통증 등 부작용이 나타났지만 병원에 가는 대신 판매자 권유로 식품을 지속 섭취했다가 사망한 사례에 대해 대법원이 판매자 측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사망한 A의 유족이 건강보조식품 판매원과 회사 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는 이 사건 건강보조식품을 먹기 이전부터 고혈압, 뇌졸중, 심근경색, 갑상선기능항진증 등 중병을 앓고 있었다. 건강보조식품 판매원 B는 2018년 3월 A에게 핵산을 가공해 만든 자사 제품을 권하며 A의 지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B는 “핵산을 먹고 면역력이 올라가면 반드시 호전반응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호전반응은 몸이 나아지기 전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이상 반응(설사·부종·통증 등)으로, 현대 의학 분야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개념이다. 

 

A는 해당 제품을 섭취한 뒤 지속적으로 통증을 호소했지만 B는 그때마다 “아파야 낫는다”는 취지로 말하며 A의 제품 섭취를 독려했다. A가 한기, 서혜부 통증 등을 문의하자 B는 “반응이 있다는 건 내 몸에 잘 듣고 있다는 뜻이니 걱정 말고 잘 견뎌라”라고 말하며 온라인상의 ‘병을 부추기는 과잉치료’라는 글을 보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가 혼자 대소변을 해결하지 못하고 다리에 물집이 생겨 진물이 흘러나오는 상황이 되자 B는 “반드시 아파야 낫는다. 내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통증을 반가워하라”라는 내용의 글을 보냈다. 또 ‘부작용 없는 약은 없다’는 제목의 글을 보내기도 했다.

 

A는 병원을 가보라는 주변 사람의 권유에도 B의 말에 따라 “독소가 빠지느라 그런다. 더 버티겠다”며 병원에 가는 대신 B가 권유한 건강보조식품을 더 많이 구매해 섭취했다. A는 식품 섭취 한 달 뒤인 2018년 4월 사망했다.

 

1심은 판매업체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해당 건강보조식품에 결함이 있다고 볼 수 없으며, A의 사망과 제품 섭취 사이 인과관계 역시 불명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1심의 판단을 뒤집고 B 측이 1억3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의학지식이 없는 B가 A에게 발생한 위험 증상을 ‘호전반응’이라고 주지시키고, 진료가 불필요한 것처럼 글을 보내면서 계속 제품을 판매한 것은 사회 통념상 용인하기 어려운 행위”라고 지적했다. 건강보조식품 판매원의 고객 보호의무를 인정한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의 사망과 식품 섭취의 인과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괴사성근막염 등의 증상이 발생한 뒤 지체 없이 진단·치료를 받았다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며 “B의 보호의무 위반과 진단·치료 지연에 따른 A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건강보조식품 판매자의 보호의무와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B 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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