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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거짓말로 짓밟아”...‘北 피살 공무원’ 아들, 尹에 감사 편지

입력 : 2022-06-17 12:45:49 수정 : 2022-06-17 17:4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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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향후 법적 대응 등 기자회견
유족측 “‘자진 월북’ 증거 없어…고발 등 통해 정보 청구할 것”
2020년 9월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유족 측이 17일 오전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수연 기자

 

“제 아버지는 월북자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한 국민이었을 뿐입니다”

 

해양경찰청과 국방부가 2년 전 서해에서 북한군 총격으로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에 대해 ‘월북 추정’이라는 판단을 번복한 데 대해 유가족 측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감사하다”며 “오늘에야 이대준, 피해자 이름 석자를 떳떳하게 밝히겠다”고 오열했다.

 

피살 공무원 이대준씨의 유족 측은 17일 오전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2년여 만에 입장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진실의 문에 한발 다가선 만큼 진실 규명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인의 형 이래진씨는 “국민의 알 권리 차원과 더불어 그동안 고통의 시간을 보냈던 유족을 위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해야 한다”며 “조작된 증거와 자료들로 호도한 것에 대해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낼 것”이라고 문재인 정부 측 인사들에게 경고했다.

 

 

◆피해자 아들 “외침 들어준 윤 대통령 감사…월북자 가족이라는 오명 속에 살아”

 

유족들은 기자회견 중 감정이 북받쳐 수차례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0년 9월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아내가 17일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대독하다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뉴스1

 

고인의 아내는 아들이 작성한 편지를 대독하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이날로 20살이 된다는 이씨의 아들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A4용지 두 장 분량의 감사편지를 보냈다.

 

이씨의 아들은 편지를 통해 “월북자 가족이라는 오명을 쓰고 긴 시간 동안 수없이 좌절하고,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도 있었다”며 “명확한 이유도 모른 채 아버지는 월북자로 낙인찍혔고, 저는 아버지도 잃고, 꿈도 잃었다”고 적었다.

 

이어 “월북자 낙인을 혹시 주변에서 알게 될까 평범한 가정인 척 살았다”며 “‘아버지는 월북자가 아니다’라는 외침을 들어준 윤 대통령께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국민이 살해를 당하고 시신까지 태워졌지만, 이 일련의 과정에서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고 오히려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했다”며 “윤 대통령이 주눅 든 저에게 ‘꿈이 있으면 그대로 진행하라. 진실이 곧 규명된다’는 말씀을 해 많은 용기를 받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아버지 이름인 ‘이대준’을 세상에 밝히겠다면서 “제 아버지도 똑같이 세금 내는 대한민국 국민이었고, 국가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이었다”고 호소했다.

 

전 정부를 향해선 “죽음의 책임이 정부에 있지 않다는 말로 무참히 짓밟았고, 직접 챙기겠다는 거짓 편지 한 장 손에 쥐여주고 남겨진 가족까지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며 “그럼에도 윤 대통령의 도움으로 원망도, 분노도 씻으려 한다”고 했다.

 

이래진씨도 “그간 마음껏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눈치만 보며 살아왔다”며 “이제는 고개 들고 앞으로의 긴 싸움을 헤쳐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고인의 배우자는 앞서 전날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 정부의 ‘자진월북’ 판단이 다각도의 첩보와 수사에 기초한 판단이었다”고 발언한 데 대해 “증거를 가지고 오라”며 “입에 월북이라는 단어를 다시는 올리지 말라”고 분노했다.

2020년 9월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쓴 감사편지의 일부. 유족 측 제공

 

유족은 문 전 대통령을 포함한 관계자들에 대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아울러 조만간 해수부 장관을 만나 아직 치르지 못한 고인의 장례식 문제를 논의하고, 공무원 유족급여 등에 대해서도 재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고인은 2020년 9월21일 서해상에서 어업 지도선인 ‘무궁화 10호’를 타고 임무를 수행하다 실종됐었다. 당시 북한군은 최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그를 사살한 뒤 기름을 부어 불태웠다.

 

해경은 사망 한달 후인 10월22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씨는 출동 전후와 출동 중에도 수시로 도박을 하는 등 인터넷 도박에 깊이 몰입했다”며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었다.

 

이에 유가족들은 ‘월북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해경 발표를 반박했었다.

 

해경은 전날 현장 조사와 국제사법 공조 등 종합적인 수사를 진행한 결과 고인의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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