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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브로프 "우크라 침략 아냐… 나치 제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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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17 11:26:30 수정 : 2022-06-17 11: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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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주재 英 BBC 기자와 단독 인터뷰
우크라의 나토 가입 시도를 ‘범죄’라고 규정
"英은 러시아 굴복 원해… 양국관계 다 끝나"
서방 언론에 불만… "왜 우크라 편만 드나?"
세르게이 라브로프 장관(오른쪽)이 16일(현지시간) 영국 BBC의 스티브 로젠버그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BBC 홈페이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외교부 장관이 서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침략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모든 책임을 우크라니아, 그리고 서방에 전가하며 “서방 언론은 왜 우크라이나에 사는 러시아계 주민이 겪는 고통에는 주목하지 않느냐”고 성질을 부렸다. “우크라이나에 나치가 있어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도 되풀이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이날 BBC 모스크바 지국의 러시아 담당 편집자 스티브 로젠버그 기자와 인터뷰를 했다. 올해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라브로프 장관이 서방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로젠버그 기자는 러시아에 대한 경멸의 뜻을 담아 라브로프 장관을 그냥 ‘라브로프씨’(Mr. Lavrov)라고 불렀다. 질문도 아주 도발적이고 공격적으로 했다. 라브로프 장관 역시 인터뷰 내내 불쾌한 기분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로젠버그 기자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모든 것이 겉보기와 다르다”며 “우리(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럼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도대체 뭐냐”는 로젠버그 기자의 반문에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끌어들이는 것은 범죄행위라고 서방 측에 설명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특별군사작전을 선포한 것”이라고 답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벌이는 전쟁을 ‘전쟁’이라고 부르는 대신 특별군사작전이란 생소한 용어를 쓴다. 전쟁이 아니기 때문에 침략도 아니라는 해괴한 논리다. 나토에 가입하든 말든 주권국가인 우크라이나 스스로 알아서 할 일인데 대뜸 범죄로 단정하는 것도 가소롭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이 짐을 싸 피난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라브로프 장관은 얼마 전 나치 독일의 히틀러가 유대계라고 했다가 ‘헛소리’란 핀잔만 들었다. 이스라엘이 정식으로 항의하자 러시아는 결국 “실언”이라고 사과했다. 이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대계라는 점, 러시아가 특별군사작전 명분으로 우크라이나의 ‘탈(脫)나치화’를 들고 있다는 점 때문에 나온 발언인 것으로 풀이됐다.

 

전 세계가 나치 운운하는 러시아에 등을 돌리고 있으나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도 “우크라이나에 나치가 있으며 그들을 제거해야만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래서 지금 나치와 싸우는 건가”라는 로젠버그 기자의 질문에 라브로프 장관은 “안타깝지만 그렇다”며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계 주민들을 집단학살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돈바스 지역은 친(親)러시아 성향 주민이 많이 사는데 그들은 반군을 조직해 우크라이나 통치에서 벗어나기 위한 분리주의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을 진압하려는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전투가 이미 오래전에 시작돼 지금도 진행 중이다.

 

라브로프 장관의 집단학살 주장을 대해 로젠버그 기자는 “2021년 반군 점령지에서 민간인 8명이 사망했고 2020년엔 7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비극적인 일이지만 그게 집단학살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왜 서방 언론에 집단학살 정황을 공개하지 않았느냐”고 캐물었다. 이에 라브로프 장관은 “그 이유는 모르겠다”고 말꼬리를 흐렸다. 집단학살, 집단학살 하면서 정작 그 증거는 내놓지 못한 셈이다.

 

대신 라브포르 장관은 BBC 등 서방 언론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계 주민이 겪는 고통에는 눈을 감고 있다고 불평만 늘어놓았다. 연일 러시아를 비방하는 유엔 및 그 산하 기구들이 서방의 압박을 받고 있으며 서방에서 만들어져 퍼진 가짜뉴스를 증폭시키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고 비난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 BBC 홈페이지 캡처

영국은 미국과 더불어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제재 및 우크라이나 원조를 주도하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와 리즈 트러스 외교장관은 공공연히 ‘이번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를 굴복시켜야 한다’는 말을 하고 다닌다”며 “러시아와 영국 관계는 이미 끝장이 났다”고 말했다. 미국을 겨냥해서도 “러시아가 침략자라는 거짓말을 퍼뜨리는 나라”라고 맹비난했다.

 

최근 우크라이나군 소속으로 싸우던 영국인 2명이 러시아군에 붙잡혀 사형 선고를 받았다. 로젠버그 기자가 “그 두 사람의 운명에 대한 책임이 러시아한테 있다”고 하자 라브로프 장관은 “국제법에 의하면 용병은 전투원이 아니다”고 답했다. 국제법에 따른 포로 대우를 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용병이 아니고 우크라이나군 복무자”라는 로젠버그 기자의 반박에 라브로프 장관은 “그건 법원이 결정할 일”이란 말로 되받았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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