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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징계에 "법치주의 붕괴" 탄식한 박영관 前 검사장 별세

입력 : 2022-06-08 19:32:34 수정 : 2022-06-08 19: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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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정부서 법무부 검찰과장·중앙지검 특수부장 ‘중용’
이회창 관련 수사 주도로 MB정권 출범 후 난처해져
"촛불정부에 큰 기대… 시간 갈수록 실망으로 변해"

문재인정부 시절 법무부의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현 대통령) 징계 시도를 비판하며 “법치주의가 무너졌다”고 개탄한 박영관 전 검사장이 8일 별세했다. 향년 70세. 고인은 최근까지도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심의위원장 등으로 왕성히 활동해 지인들의 충격과 슬픔이 크다.

 

1952년 전남 신안에서 태어난 고인은 목포고,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1년 29세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사법시험(23회)에 합격했다.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 유남석 현 헌재소장, 최재형 국민의힘 국회의원(전 감사원장), 강금실 전 법무장관, 한상대 전 검찰총장, 최성준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고인의 사법연수원(13기) 동기생들이다.

1983년 창원지검 진주지청 검사로 검찰 생활을 시작한 고인은 서울동부지검, 광주지검, 서울북부지검 등에서 재직하고 1992년 주일 한국대사관 법무협력관에 기용됐다. 1995년까지 약 3년간 도쿄에 체류한 경험은 고인에게 ‘일본 사정에 밝은 검사’라는 타이틀을 안겼다. 귀국 이후인 1998년 김대중(DJ)정부가 출범하며 고인 앞에 ‘탄탄대로’가 펼쳐진다. DJ와 고향이 같은 호남 출신 검사들이 검찰 요직에 대거 중용되면서 고인도 검찰 인사 및 예산을 주무르는 법무부 검찰국의 과장 자리를 거쳐 2001년에는 권력형 비리 수사의 최선봉에 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에 발탁됐다. 이 시기 언론사 탈세 의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선 후보 아들의 병역 면제 의혹 등 민감한 사건 수사를 맡았는데 결국 이것이 훗날 고인에게 ‘부메랑’이 되고 말았다.

 

노무현정부 들어 2006년 검사장(차관급)으로 승진한 고인은 부산고검 차장검사, 전주지검장, 제주지검장 등을 지내며 검찰의 핵심 요직에선 다소 멀어졌다. 특히 2008년 출범한 이명박(MB)정부는 고인이 지난 정권에서 수사한 사건들에 의문을 제기하며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것을 종용했다. 뜻대로 되지 않자 MB가 임명한 김경한 당시 법무장관은 2009년 초 단행한 검사장 인사에서 고인에게 쓰디쓴 불이익을 안김으로써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당시 고인이 퇴임사에서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뜻의 라틴어 ‘메멘토모리’를 인용하며 “아무리 영광스러운 자리라도 모든 것은 변하니 겸손하고 교만하지 말라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한 것은 지금도 널리 회자되는 일화다. 고인은 MB정부를 향해 “나뿐만 아니라 권력을 잡고 행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메멘토모리’를 말해주고 싶다”고 일갈했다.

 

이후 변호사로 활동해 온 고인은 추미애 법무장관 시절인 2020년 12월 윤석열 검찰총장이 징계위에 회부돼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자 문재인정부, 그리고 추 장관을 강도높게 비판하며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당시 고인은 소셜미디어(SNS) 글에서 “징계위 결정이라는 것을 보니 법치주의가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 두려운 마음까지 든다”고 성토했다. 이어 “촛불혁명 후 등장한 문 대통령에게 큰 기대를 했다”며 “그러나 인내하며 지켜본 몇 년 동안 기대가 실망으로 변했다”고 배신감을 토로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10일 오전 9시10분 (02)3410-3151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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