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뤼도 총리와 양조장에서 수제 맥주 즐겨
재킷 벗고 소매 걷어 올려… "정상회담 맞아?"

“캐나다·칠레 양국 관계 강화, 그리고 두 나라 국민의 번영을 위하여!”
“위하여!”
6일(현지시간) 캐나다 수도 오타와를 방문한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이 맥줏집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단 둘이 오붓하게 수제 맥주를 마시는 사진이 눈길을 끈다. 정상회담 후 트뤼도 총리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트뤼도 총리는 이 게시물에 ‘건배’(Cheers)라는 제목을 달았다.
두 정상이 술잔을 나누며 우의를 다진 곳은 오타와 시내에 있는 ‘플로라 홀 양조장’(Flora Hall Brewing)이란 음식점으로 알려졌다. 양조장이란 상호에서 알 수 있듯이 맥주를 직접 만들어 파는데 수제 맥주는 물론 음식 맛도 훌륭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고 한다.
장소도 그렇지만 복장도 아주 파격적이다. 두 사람 모두 재킷 상의를 벗은 셔츠 차림이다. 더욱이 보리치 대통령은 와이셔츠도 아니고 체크무늬 남방을 입었다. 둘 다 소매를 걷어올려 팔꿈치를 드러냈다. 정상회담 하면 턱시도와 넥타이 등 근엄한 정장부터 떠올릴 이들에게는 색다르면서도 참신한 광경이다.
올해 3월 취임한 보리치 대통령은 1986년 2월생으로 현재 36세다. 한동안 ‘세계에서 가장 젊은 정상급 지도자’ 타이틀을 갖고 있었던 산나 마린(1985년 11월생) 핀란드 총리보다도 더 늦게 태어난 ‘세계 최연소 국가 정상’이다. 트뤼도 총리는 1971년 12월생으로 어느덧 50세를 넘겼다. 하지만 2015년 당시 44세 나이로 총리가 되었을 때 너무도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기 때문인지 여전히 젊은 지도자의 대명사처럼 통한다. 톡톡 튀는 양말을 신는 등 탁월한 패션 감각도 그를 실제 나이보다 훨씬 더 젊어 보이게 만든다.

보리치 대통령은 좌파 성향이 뚜렷하다. 대통령에 당선된 뒤 “신자유주의의 요람이던 칠레를 신자유주의의 무덤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을 정도다. 취임 후 수도 산티아고 외곽의 빈민촌에 거처를 마련한 뒤 이곳을 일종의 관저로 삼고 업무를 보는 중이다. 내각은 각료급 24명 중 절반이 넘는 14명을 여성으로 채웠다. 칠레는 리튬과 구리 매장량이 많은데 그냥 방치하면 미국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다 매점해버릴 가능성이 큰 만큼 리튬·구리 광산의 국유화를 추진 중이다.
이런 보리치 대통령을 트뤼도 총리는 ‘진보적 파트너’(progressive partner)라고 치켜세웠다. 캐나다는 진보 성향의 자유당과 보수 성향인 보수당이 양당 구도를 형성하고 있으며 트뤼도 총리는 2013년부터 자유당 대표로 재직 중이다. 자연히 총기 규제 등 사안에서 진보적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다. 내각의 장관 38명 중 절반인 19명을 여성으로 임명했을 정도로 남녀평등에도 신경을 써왔다. 이처럼 비슷한 성향의 두 지도자가 미국이 주도하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새로운 바람을 확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