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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적군’ 수장 50년 만에 사죄… “무장투쟁 노선 명백한 잘못”

입력 : 2022-05-29 20:30:00 수정 : 2022-05-29 23: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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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게노부, 20년 형기 마치고 출소

공항 총기 난사·정유소 폭파 등 테러 주도
2000년 검거… 살인미수 등 혐의로 복역
“시대 증언자로서 반성 전하며 살아갈 것”
핵심 조직원 7명은 여전히 국제 수배중
日경찰, 2019년에 새 몽타주 제작 배포
1970∼1980년대 국제테러사건을 일으킨 극좌조직 일본적군의 최고 간부였던 시게노부 후사코(77·왼쪽)가 28일 살인미수·불법감금죄로 20년 복역 후 만기 출소해 환영 하는 사람들에게 오른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젊었을 때 모습. 도쿄=EPA연합뉴스

“만나지도 알지도 못하는 무고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것에 대해 사죄합니다.”

 

1970∼1980년대 국제테러로 악명 높았던 일본적군(赤軍) 창설 멤버이자 최고 간부 시게노부 후사코(重信房子·77)가 살인미수·불법감금죄로 20년을 복역한 뒤 28일 만기 출소해 조직 결성 50여년 만에 공개 사죄와 반성의 뜻을 밝혔다.

 

한때 세상을 바꾸는 혁명가를 꿈꿨으나 결국 죄 없는 생명을 앗아 간 테러조직 일원으로 전락했던 그. 변호사와 딸의 부축을 받으며 마지막 수감 장소였던 동일본성인교정의료센터에서 나오는 모습에선 2000년 체포 당시만 해도 단호한 결기로 구호를 외치던 투사는 찾을 수 없고, 인생의 황혼을 맞이한 쓸쓸한 백발의 노인만 보였다.

 

29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시게노부는 출소와 함께 수기를 공개했다. 그는 수기에서 “(당시) 혁명의 정의나 대의를 위해서라면 어떤 전술이든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계속 싸웠다”며 “(테러에 대한) 자각조차 없었다”고 했다. 이어 “싸우고 실패를 거듭하고 탄압받는 와중에 제대로 싸우는 것이 되지 않았다”며 “무장투쟁 노선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그래도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대의 증언자로서 반성을 전하는 것을 제 역할로 삼아 살아갈 생각”이라고 했다.

 

일본적군은 과격파로 유명한 극렬 좌익 적군파(赤軍派) 중에서 무장투쟁을 통한 세계혁명을 위해서는 국제적 거점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에 따라 1971년 시게노부 등이 레바논에서 결성한 조직이다.

1975년 8월 극좌조직 일본적군이 일으킨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주재 미국·스웨덴대사관 점거 사건 당시 복면을 쓴 테러범(오른쪽 첫 번째)이 권총을 들고 위협하는 가운데 인질들이 두 손을 머리에 들고 공항으로 가는 버스에 타고 있다. 일본 경찰청 홈페이지

이스라엘 텔아비브 로드공항(현 벤구리온공항) 난사 사건(1972년), 싱가포르 정유소 폭파 사건(1974년), 말레이시아 주재 미국·스웨덴 대사관 습격 사건(1975년) 등을 일으켜 세계를 놀라게 했다. 특히 민간인에게 소총을 무차별 난사하고 수류탄을 던진 로드공항 사건 때는 24명이 숨지고 76명이 중경상을 입는 유혈 참극이 벌어졌다.

 

시게노부는 인터폴의 수배 대상에 올라 도피 중 일본에 잠입한 뒤 2000년 11월 오사카(大阪)에서 검거됐다. 1974년 네덜란드 주재 프랑스대사관 습격 사건과 관련해 살인미수·불법감금 혐의로 기소돼 2006년 3월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2001년 옥중수기 ‘사과나무 아래서 너를 낳으려 했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남자와 사이에서 낳은 딸에게 일본 국적을 얻게 해 주려고 법무성에 보낸 탄원서를 주내용으로 삼고 있다.

일본 공안당국이 국제수배를 내린 극좌조직 일본적군 잔당 7명이 70대 전후의 고령임을 감안해 2019년 새로 제작한 수배 몽타주. 일본 경찰청 홈페이지

2001년 4월 복역 중 일본적군의 해산을 선언했으나 지금도 조직원 7명은 국제수배 중이다. 2019년 7명은 모두 70대 고령이 된 만큼 일본 경찰은 2019년 새 수배전단을 배포했다. 일본 경찰청은 “일본적군을 모르는 세대가 생겨나고, 수배범도 나이가 들어 (1998년 수배전단 배포 후) 20년 만에 새 몽타주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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