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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핵심축으로… 서울 ‘6대 뷰티 거점’ 키운다

입력 : 2022-05-27 01:00:00 수정 : 2022-05-27 09:2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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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중소 뷰티산업 육성책 발표

DDP에 ‘뷰티복합문화공간’ 조성
연구·창업 등 돕는 ‘패션허브’도
외국인 관광객·젊은층 유입 기대

종로 화장품, 강남권 뷰티의료 등
5개 상권 특성 따라 맞춤 활성화

R&D부터 제조·유통 원스톱 지원
영세 부문 경쟁력 대폭 강화 계획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서울국제화장품·미용산업박람회’를 찾은 학생들이 스마트미용실을 체험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한국 뷰티·패션 산업은 양극화가 심하다. 화장품업계는 소상공인·소기업 비중이 99.2%에 달하지만, 대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됐다.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2개 대기업이 국내 생산실적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패션업계는 자산 규모 100억원 이상 기업이 시장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서울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의 6대 뷰티 상권’을 통해 중소 뷰티산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연구개발(R&D)부터 제조·생산, 유통·마케팅까지 산업 가치사슬별 맞춤형 지원정책을 통해 영세한 뷰티산업의 경쟁력을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또 ‘서울형 뷰티산업’ 정책을 통해 화장품, 이·미용 중심의 뷰티산업 개념을 패션·디자인 산업으로 확장하고 서울을 ‘글로벌 뷰티산업 허브’로 키운다.

◆동대문 중심 6대 뷰티 상권 조성

서울시가 ‘서울시 상권별 추정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동대문·성수(의류·화장품) △홍대(의류) △명동·종로(화장품·액세서리) △코엑스(화장품) △강남권(의료·의류) △신림·신도림(의류) 6곳이 대표적인 서울의 뷰티 상권으로 나타났다.

시는 이 중 동대문을 서울 뷰티·패션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선택했다. 한국의 화장품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패션과 디자인 등 한국의 뷰티산업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장소라는 판단에서다.

시는 최근 관광재개 추세에 맞춰 다음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장터에 국내 최신 뷰티산업 트렌드를 체험할 수 있는 ‘뷰티복합문화공간’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와 외국인 관광객, 뷰티산업의 인적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뷰티 크리에이터 등의 발길을 잡겠다는 목표다. 이곳에서 서울 뷰티업계의 최신 제품과 뷰티테크 등을 소개하고 뷰티셀럽 토크콘서트, 일일 클래스 등을 통해 뷰티 놀이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도록 할 계획이다.

시는 DDP 일대에 뷰티산업의 연구, 창업, 기업컨설팅 등을 돕는 ‘서울뷰티패션허브’를 조성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조성방향, 주요 기능, 입지 등을 구체화한다. 이곳에서는 뷰티 관련 신기술과 신제품 시연을 비롯해 중소기업 홍보, 인력양성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시는 DDP 일대를 ‘뷰티패션융합 특정개발진흥지구’로 지정해 건축규제도 완화할 방침이다.

‘서울 패션 1번지’ 동대문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중국·홍콩 등 외국인의 발길이 뚝 끊기자 상당수 업체가 온라인 판매로 눈길을 돌렸다.

동대문에서 여성복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는 김일영(41)씨는 “동대문 내 소상인들은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전에 온라인 매출이 10%를 차지했다면 현재는 90%를 차지하고 있다”며 “대기업을 상대로 동대문 패션이 통하려면 온라인부터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홍대는 개성, 신도림은 행사 위주로 육성

시는 동대문뿐 아니라 다른 뷰티산업 5대 거점에서도 기존 상권의 특색을 활용해 향후 5년간 순차적으로 뷰티 거점 활성화 사업을 진행한다.

MZ세대가 많이 찾는 홍대는 내년부터 소비자 개성을 중시하는 퍼스널 케어 제품 위주로 육성하기로 했다. 풍부한 문화유산을 가진 종로는 2024년부터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화장품, 주얼리 등 관광쇼핑 위주 뷰티산업을 키운다.

신도림은 2025년부터 젊은층 중심의 높은 유동인구를 바탕으로 다양한 론칭 행사 위주 공간을 조성하고 강남권에 위치한 가로수길은 2026년 성형·피부미용 등 뷰티의료와 건강, 스파 등 지역 서비스업 홍보에 주력한다. 코엑스는 2027년부터 박람회와 전시회 시설을 기반으로 한 뷰티정보와 뷰티체험, 소비 복합공간으로 육성한다. 시는 매년 10회 이상 지역 뷰티산업 명소와 연계해 중소 브랜드의 전시공간을 제공하는 팝업스토어를 개설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이후 다시 뛰는 한국의 뷰티산업

한국의 뷰티산업은 포스트 코로나로 가장 기대되는 분야 중 하나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지난해 발표한 ‘한국 문화콘텐츠 브랜드 파워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문화콘텐츠 중 뷰티산업은 62.4점으로 음식(65.3점)에 이은 전체 2위를 차지했다. 패션은 60.9점으로 4위를 기록했다. 영화, 드라마, 음악 등 한류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한국 제품에 대한 신뢰가 상승한 것은 한국 뷰티산업의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뷰티산업이 관광특수를 누리기까지 산적한 과제가 적지 않다. 현재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서울의 뷰티업체는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시가 파악한 뷰티산업 사업체는 22만1600곳으로 이 중 뷰티관광이 가능한 사업체는 7만6538곳에 그친다.

시는 패션산업의 유통 과정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글로벌 패션 플랫폼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뷰티산업의 세계화를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시할 계획이다. 패션과 정보기술(IT)의 융합, 바이오 기술과 융합한 화장품·미용 의료기기 등 산업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한 뷰티 융복합 발전을 기획하고 있다. IT 기술을 갖춘 구로 G밸리와 홍릉 바이오허브, 동대문에 조성될 서울뷰티패션허브 등이 이를 지원한다.

황보연 서울시 경제정책실장은 “서울형 뷰티산업 육성계획은 서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가지고 경쟁력을 키워 ‘글로벌 뷰티산업 허브’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서울 전역의 유동인구와 주변 상권의 특징을 살린 6대 거점을 만들고 K팝, K드라마 등 K콘텐츠와 관광 등을 융합해 한국의 미(美) 자체를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승화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만기 숙명여대 교수 “中서 한국 화장품 기못펴… 한류 필두 경쟁력 살려야”   

 

“중국에서 인기였던 한국 화장품이 지금은 샌드위치 신세가 됐습니다.”

 

김만기(사진) 숙명여대 교수(중문학)는 한국 뷰티산업의 현 상황에 대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한류 열풍으로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은 한국 화장품이 최근 명품화장품을 앞세운 일본, 프랑스 등에 점차 자리를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중국 스킨케어 화장품 수입시장에서 한국은 2018년 1위를 기록했으나 2019년 일본에 밀려 2위, 2020년 일본, 프랑스에 밀려 3위까지 내려갔다. 중저가 화장품에 힘을 실었던 한국 화장품이 중국의 중저가 화장품과 일본·유럽의 프리미엄 라인 사이에서 설 자리가 좁아진 것이다.

 

김 교수는 26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국 뷰티산업은 중국에서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어려움을 겪은 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또 한걸음 물러나고 있다”며 “지금까지 아시아 화장품 하면 한국을 꼽았지만, 이제는 한류 성장을 필두로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럼에도 뷰티산업에서 중국시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유럽과 미국의 화장품시장은 이미 많이 발달한 반면 중국은 과거 화장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미용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제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시장”이라며 “중국에서는 피부가 좋은 한류스타들을 보면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신뢰가 있고 서양 화장품보다 동양 화장품이 잘 맞는다는 인식이 있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국 화장품에 대한 신뢰를 이어 가려면 기존 수준이 아니라 압도적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한국의 뷰티산업으로는 미용과 기술을 융합한 일명 ‘뷰티테크’가 꼽힌다. 한국이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정보기술(IT) 등을 활용해 화장품·미용 의료기기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친환경 화장품,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맞춤형 미용 디바이스 등 최근 다양한 뷰티테크 상품이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김 교수는 “뷰티테크 분야는 우리나라가 기술력을 가지고 있고 어느 나라도 독점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화장품 트렌드의 경우 주도하는 것이 중요한데 충분히 우리가 선점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화장품 제조분야에 대한 노력은 하고 있지만 유통, 마케팅, 기술 등 해외 진출을 위한 전략적인 지원까지 함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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