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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무렵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을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지명했다. 앞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김병관 국방부 장관 등과 함께 새 정부 외교안보 라인 핵심을 모두 육사 출신으로 채우려 한 것이다. 여기에 박흥렬 청와대 경호실장까지 더해 핵심 요직에 육군 대장 출신이 넷이나 됐다. 이 가운데 김 장관 후보자는 후에 낙마했지만 육사의 약진은 과거 군사정권 시절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

정권이 바뀌고 2017년 8월, 문재인정부는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에 정경두 공군참모총장을 내정하는 등 대장급 군 수뇌부 인사를 발표했다. 그가 합참의장에 임명되자 해군 출신 송영무 국방장관과 함께 창군 이후 첫 비육군 국방장관·합참의장 시대가 열렸다. 제1군사령관과 2작전사령관에도 각각 3사, 학군 출신을 내정했다. 2020년 9월에는 학군사관후보생(ROTC) 출신인 남영신 육군 지상작전사령관이 육군참모총장에 임명됐다. 그렇게 군 요직을 독점하다시피 해온 육군과 육사 시대가 저물어 갔다.

‘평화 타령’이 울려 퍼진 지난 5년간 우리 군대는 수많은 파행과 우여곡절을 겪었다. 여군 성추행과 부실급식 파문에다 오리발 귀순, 철책 월선 등으로 이어진 갖가지 사건으로 얼룩졌다. 군인정신은 해이해지고 사기는 땅바닥에 떨어졌다는 개탄이 터져 나왔다. 육사와 비육사 편 가르기는 인사시스템 자체를 붕괴시켰다. 정치권력의 요구에 순응한 ‘정치군인’들이 군 지휘부와 요직을 차지했다. 위계가 설 리 만무했다.

정부가 어제 군 수뇌부 인사를 통해 대장 7명을 교체했다. 9년 만에 육사 출신이 합참의장에 임명됐다. 육사 출신 합참의장은 이명박정부 때인 2011∼2013년 제37대 정승조 합참의장이 마지막이었다. 그동안 해·공군이나 비육사 출신이 채웠다. 눈여겨볼 점은 새 정부 첫 인사에서 합참의장을 포함한 육군 대장급 5명 가운데 2작전사령관을 제외한 나머지 4개 대장 보직을 모두 육사 출신이 꿰찼다는 것이다. 가히 육사의 부활이라 불릴 만하다. 이런 식의 편향인사라면 육사를 ‘적폐’로 규정지었던 이전 정부와 다를 바 없다. 아무리 ‘레트로’(복고)가 유행이라지만 불편하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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