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기고] 변리사회의 ‘변리사법 일부 개정안’은 헌법 위반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2-05-23 06:00:00 수정 : 2022-05-23 10:49:1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국회 산자중기위 통과 변리사법 개정안 문제점은?

 

대한변리사회의 ‘변리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헌법 위반의 내용이다.

 

◆헌법 제27조 제1항과 ‘변호사 대리의 원칙’

 

지난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 전체회의에서는 특허 등 침해소송에서 변리사가 변호사와 공동으로 소송대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헌법이 정하고 있는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와 관련해 검토해야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하고 있다. 여기서 법률에 의한 재판의 법률이란 국회에서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모든 법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의 기본 이념을 구현하는 법률을 말한다.

 

예컨대 형사법은 헌법의 기본 이념인 죄형법정주의, 형벌불소급이나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구현된 형사법을 말하는 것이지 이를 무시한 법은 그것이 비록 국회를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헌법 제27조 제1항의 법률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민사재판에서도 당사자의 대등화를 통해서 국민의 사법상 권리 보호를 실현하자는 것이 헌법의 기본 이념이므로, 이를 무시한 채 국회를 통과한 민사법은 역시 헌법에 위반됐다고 지적하지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헌법 제27조 제1항의 이상이 민사사법에서 그대로 구체화된 것 가운데 하나가 민사소송법 제87조에서 정한 변호사 대리의 원칙인 것이다. 이를 통해서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헌법 제11조의 법 앞에 평등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 변리사법 개정안이 헌법에 적합한지 여부를 따지기 위해서는 그것이 민사소송법이 정하고 있는 변호사 대리의 원칙에 적합한지를 물어야 할 것이다.

 

◆민사소송법 제87조의 ‘변호사 대리의 원칙’

 

민사소송법 제87조는 ‘소송대리인의 자격’이라는 제목으로 그 내용에서는 ‘법률에 따라 재판상 행위를 할 수 있는 대리인 외에는 변호사가 아니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없다’고 돼 있다.

 

여기서 명백하게 해야 하는 부분은 먼저 ‘소송대리인’의 개념과 ‘법률에 따라 재판상 행위를 할 수 있는 대리인’의 개념일 것이다. 소송대리인이란 본인으로부터 특정 소송사건의 처리를 위임받은 임의대리인을 ‘소송위임에 기초한 소송대리인’이라고 하는데 이를 줄여 소송대리인이라고 한 것이다. 따라서 소송대리인은 본인의 수권(일정한 자격, 권한, 권리 따위를 특정인에게 부여하는 일)이 있는 임의대리인이라고 할 수 있다.

 

본인의 수권이 없이도 법률의 규정에 의한 대리인을 법정대리인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본인이 행위능력이 없어 부득이 법률로 이를 보충할 필요가 있는 경우나 본인과 대리인이 될 사람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충돌될 경우에 법률이 특별대리인을 정할 경우의 대리인들을 말한다.

 

위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본인이 행위능력이 있어 스스로 대리인을 정할 경우에 본인 의사를 무시하고 법률이 대리인을 정하는 경우는 없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제87조에서의 소송대리인의 자격은 임의대리인인 소송대리인의 자격에 관한 것이지 앞에서 지적한 법정대리인의 자격까지 포함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임의대리인이면서도 소송대리인이 아닌 경우를 법문은 ‘법률에 따라 재판상 행위를 할 수 있는 대리인’이라고 규정했는데 이를 줄여서 법률에 의한 소송대리인이라고 한다. 따라서 임의대리인은 법률에 의한 소송대리인과 소송대리인으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반복하지만 ‘법률에 의한 소송대리인’도 본인의 수권이 필요한 임의대리인이라고 하는 점에서 앞에서 말한 법정대리인과 구별된다는 점이다.

 

법률에 의한 소송대리인이라 함은 자기가 맡은 업무에 관해서 일체의 재판상 행위를 할 권한이 법률에 의해 인정된 사람을 말한다. 그 맡은 업무에 관해서는 본인에 갈음하여 일체의 소송행위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정대리인과 유사한 면이 있지만, 법률에 의한 소송대리인의 지위에 있게 하거나 그 지위를 상실시킬 수 있는 사람이 본인이라는 점에서 임의대리인에 속한다. 그 소송대리권의 근거가 본인이 신뢰해 일정한 범위의 업무를 맡겼다는 데 있으므로 변호사일 필요가 없다. 보통 지배인, 선장, 선박관리인, 국가소송 수행자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변리사회는 그들 주장의 변호사와 변리사의 공동소송대리와 관련해 변리사법 제8조에서 이미 특허 등에 관한 법원의 소송대리를 허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변리사의 변호사와의 공동소송대리는 변리사법 제2조에서 정한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에 대한 특허심판원의 심결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이라는 특허심판원과 당사자 사이의 분쟁에 한정된다. 따라서 현행법상 특허 등의 침해를 청구 원인으로 하는 침해금지청구 또는 손해배상청구 등과 같은 특허심판원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 사이의 민사사건에서는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대법원 2012. 10.25. 선고 2010다108104 판결 등 참조). 당사자의 대등을 전제로 하는 민사사건에서 소송당사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변호사 대리의 원칙을 관철시켜야 헌법의 이념에 맞기 때문이다.

 

변리사회는 또한 민사소송법 제87조의 해석상 ‘다른 법률에서 허용’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변호사가 아니더라도 재판상 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법률에 의한 소송대리인이라 함은 지배인과 같이 자기가 맡은 업무에 관해서 일체의 재판상 행위를 할 권한이 법률에 의해 인정된 사람을 말하는 것이지, 변리사와 같이 특허, 실용신안 등과 같은 특정 사항을 대리하고 그 사항에 관한 감정을 업으로 하는 사람과 같이 업무의 성질에 포괄성이 없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설령 입법이 되더라도 이들은 법률에 의한 소송대리인이 아니므로 민사소송법 제87조의 소송대리인에 속하지 않는다. 그 경우에도 법률이라고 입법을 강행하여 변리사를 소송대리인과 같이 취급한다면 이는 마치 죄형법정주의나 형벌불소급의 원칙을 무시한 형법관계 입법과 같이 헌법에 위반될 것이다.

 

◆결론

 

그렇다면 헌법 제27조 제1항의 이상은 민사소송법 제87조에서 정한 변호사 대리의 원칙으로 구체화됐다 할 것이므로 이를 무시한 변리사회의 변리사법 개정안은 헌법에 위반된다 할 것이다.

 

이 점은 외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명백하다. 우선 미국에서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을 합격한 특허변호사(Patent Attorney)만 특허관련 소송을 수행할 수 있다. 위 과정을 거치지 않은 변리사(Patent Agent)는 소송수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독일에서는 변리사에게 특허 등 침해소송에서 소송대리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영국에서는 2010년 아예 변리사 제도를 폐지하고 특허변호사와 상표변호사 제도를 신설했다.

 

강현중 변호사

일본의 경우, 일본 변리사법은 특허침해소송에서 변리사를 변호사와 같은 동일 지위에 두지 않고 ‘보좌인’ 자격으로 당사자 또는 소송대리인과 함께 법원에 출석해 진술 또는 심문할 수 있으나(일본 변리사법 제5조 제1항), 당사자 또는 소송대리인은 언제든지 그 진술을 취소할 수 있는 ‘경정권’이 있어(위 법 제5조 제2항) 변호사 대리의 원칙을 지키려 했다. 그 보좌인의 지위도 변리사법에서 정하고 있는 ‘특허침해소송 대리업무 시험’에 합격해 그 취지의 부기를 받아 ‘부기변리사’가 돼 특정 특허침해소송을 위임한 변호사의 본인으로부터 수임한 경우에 한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어(위 법 제6조의2 제1항) 변호사 대리 원칙을 훼손하지 않았다.

 

즉, 일본 변리사법은 명칭에 있어서 변리사를 변호사의 보좌인으로 했고, 법정에 변호사와 함께 출석하더라도 변호사의 진술경정권을 허용함으로써 변호사의 소송대리인 지위를 침해하지 않은 것이다.

 

변리사회의 변리사법 개정안은, 일본법에서 ‘특허침해소송 대리업무 시험’에 합격해 그 취지의 부기를 받은 ‘부기변리사’로서가 아니라, 변리사라면 누구든지 ‘소송 실무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교육’만 받기만 하면 특허침해소송의 소송대리를 맡을 수 있도록 했고, 형식상 변호사와 같이 법정에 출석하기만 하면 일본법에서의 변호사의 진술 경정이란 통제를 받지 아니함으로써, 우리 민사소송법 제87조를 송두리째 위반한 것이다.

 

따라서 어느 모로 보더라도 변리사회의 변리사법 개정안은 헌법 위반이 된다.


강현중 법무법인 에이펙스 고문변호사(전 사법정책연구원 원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