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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노년층의 키오스크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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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22 23:16:22 수정 : 2022-05-22 23: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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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정보단말기로 해석되는 키오스크(Kiosk)는 원래 옥외에 설치된 대형 천막이나 정자(亭子)를 뜻하는 페르시아어 쿠슈크(Kushk)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도심 길거리나 역 등에서 신문·음료 등을 파는 박스형의 간이판매대나 소형 매점을 이르는 말로 쓰였다. 정보기술혁명 시대에 접어든 요즘은 의미가 확장돼 사람이 없어도 터치스크린을 눌러 상품을 주문하고 결제하도록 하는 단말기를 일컫는다.

국내의 경우 2014년부터 도입되기 시작해 최근에는 패스트푸드 매장, 영화관을 넘어 분식점·맥주 전문점 등 전 업종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민간에서 사용되는 키오스크는 2019년 8587대에서 지난해 2만6574대로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키오스크 급증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 기업이나 업주 입장에서 키오스크는 인건비를 줄이고 이윤을 늘려 줄 절호의 수단이다. “키오스크를 여러 대 설치하면 매장 회전이 빨라져 효율이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사람 사이에 서로 물어보고 확인하는 절차가 키오스크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키오스크만 설치된 무인 매장에서 노년층이 ‘공포’를 느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키오스크에서 음식 주문을 못 해 10분 넘게 쩔쩔매다 결국 포기했다는 노인의 안타까운 사연을 언론에서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서울디지털재단의 설문조사 결과 서울 거주 55세 이상 시민 가운데 키오스크를 이용해 봤다는 응답자는 절반이 되지 않았다. 65∼74세 노인의 경우는 키오스크 이용자가 29.3%에 그쳤다. 키오스크를 쓰지 않는 이유로는 ‘사용 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가 33.8%로 가장 많았다. ‘뒷사람 눈치가 보여서’도 17.8%에 달했다. 기기 사용에 적응을 못 해 우울감을 겪기도 한다.

키오스크 도입은 시류라 막기 어렵지만, 키오스크 교육 등 노년층에 대한 배려는 반드시 필요하다. 지자체는 물론 기업도 소비자 디지털 교육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디지털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관련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접근은 이제 기본권의 일종이 됐기 때문이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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