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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IPEF 참여, 확실한 국익으로 만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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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19 23:33:35 수정 : 2022-05-19 23:3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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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표 공급망 협의체 곧 출범
對中 견제… 새 경제질서 마중물
내일 한·미 정상회담서 참여 발표
韓, 셈법 복잡… 전략·비전 고민을

미국의 대중 견제에 있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슈퍼맨’ 방식으로 일방적 공세를 폈다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가치를 공유한 국가들과의 ‘스파이더맨식’ 다자메커니즘을 선호한다. 또한, 전임자가 중국과의 완전한 디커플링(탈동조화) 정책을 추진했다면, 바이든은 공세 범위는 줄이되 정교하게 압박을 가하는 ‘작은 마당, 높은 담장’ 전략을 통한 ‘건설적인 리커플링’(재동조화)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모든 통상 분야가 아니라 핵심 전략품목에서만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구축전략을 모색하는 것이다.

‘바이든표’ 다자협력 추진은 미·중 전략경쟁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층 강화되고 있다. 지난 2월 중국 중심의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 경제동반자협정(RCEP)이 발효되면서 이 지역에서 바이든의 행보가 더욱 빨라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및 한국과 일본 순방을 통해 견제를 목표로 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내주 출범시킬 것이다. IPEF는 무역, 공급망, 탈탄소 및 인프라, 탈세 및 부패방지 분야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의 새로운 경제협력체이다. IPEF는 FTA처럼 국가 간 조약이 아니라 행정협정이라 의회 비준과 같은 복잡한 국내 절차가 필요없고, 일괄타결이나 시장개방을 전제로 하지 않기 때문에 회원국 간 이해관계 조율에도 상대적으로 시간이 덜 걸린다.

이신화 고려대 교수·국제정치학 한국유엔체제학회장

주목할 것은 IPEF가 단순히 무역협상의 범위와 속도를 개선한 대중 견제 메커니즘이 아니라 종전의 다자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국제경제질서를 창출할 마중물이라는 점이다. 기존의 다자기구나 FTA가 이념을 초월한 국가 간 협력체였다면, IPEF는 미국 가치에 동조하는 자유시장 경제국가들만 첨단기술 생산기지를 분담하는 폐쇄적 공급망을 통해 일종의 경제안보 동맹체를 공고히 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내일 바이든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IPEF 참여 확정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는 한국이 한반도를 넘어 지역과 세계적 차원의 안보와 평화번영을 위해 미국과 군사동맹과 경제동맹에 이어 기술동맹을 추가한 이른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진일보한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이미 가입한 지역적 통합체인 RCEP와 가치적 통합을 지향하는 IPEF에 ‘끼인’ 우리 정부의 전략적 고민이 클 수밖에 없겠지만, 어차피 동참할 다자협력체라면 창립 멤버가 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중국의 반발 이외에도 유념할 게 있다. 우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구 민주주의 진영이 재결집하고 있는 건 사실이나, 미국 주도의 가치연대가 안보와 경제를 포함한 글로벌 의제에서 동지(like-minded) 국가들만 결속시키고, 비자유주의 국가와 중립국들은 배제한 ‘뺄셈 외교식’ 국제질서를 구축하고 민주평화론을 주창하는 것은 공허하고 위험하다. 궁지에 몰린 국가들은 더욱 위험하고 무모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자칫 공멸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서방의 제재에 맞서 에너지 자원을 ‘무기화’한 러시아에 맞서 미국은 원유 부국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 완화를 검토 중이다. 좌파 독재자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축출보다 세계적 자원시장인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존도를 줄이고, 친러 성향 국가들로부터 러시아를 고립시키는 게 더 시급해진 탓이다.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중동, 남미, 아프리카의 자원 부국들이 벌어들일 수입이 권위주의 독재정권의 유지책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들로부터의 에너지 자원수입을 대안으로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자원안보냐 가치연대냐”라는 딜레마 속에 미국은 IPEF를 비롯한 다자협력체에 권위주의 자원 부국을 선택적으로 포함시키는 ‘하이브리드 다자주의’라는 새로운 목표와 명분을 찾게 될 수도 있다. 내일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에 임하는 우리 정부의 전략 체스판에 국익을 위한 더 깊고 더 넓은 고심과 비전이 담겨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이신화 고려대 교수·국제정치학 한국유엔체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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