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편지에서 “軍의 정치개입 위협이 크게 다가오고 있다”
6.29 선언 후 美 타임 등 표지에서 노태우 ‘영웅’ 묘사에는…“국민이 영웅”
김대중도서관 “민주화 위한 DJ의 활발한 민간외교 전개 사실 확인”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87년 8월, 당시 미국 의회 상원의원이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국의 민주화 과정이 막바지에 이른 현 상황에서 군의 정치개입 위협이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군의 ‘정치적 중립’을 확실하게만 할 수 있다면 한국의 민주 회복 과정에 더 이상의 장애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고도 편지에서 밝혔다.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은 19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김 전 대통령의 서한을 공개했다.
A4용지 두 쪽 분량을 가득 채운 편지에는 미국이 한국의 민주화가 확고하게 이뤄질 때까지 지속해서 관심을 갖고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김 전 대통령은 미국 망명 시절 상원의원이던 바이든 대통령과 친분을 쌓았고, 한미관계나 한국 민주화에 대한 상호 관계를 넓혀나갔다.
김 전 대통령은 편지에서 군부 통치로 이뤄지는 정권이 인권탄압과 대규모 부패 등을 초래했다는 점을 지적하고는 “어떠한 형태로든 군의 정치 개입은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다시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파괴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더불어 편지를 보내게 된 배경에 관해 김 전 대통령은 “한국 정치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거부한다는 미국의 공개적인 의사 표시가 현 정권과 군부 체제를 억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통령 직선제 등을 받아들인 당시 노태우 민주정의당 대표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등 표지에서 ‘영웅’으로 묘사된다면서, “영웅이 있다면 그것은 끈질기면서도 평화롭게 시위를 했던 대한민국 국민(Actually, if there is any hero, it is the Korean people who staged relentless but peaceful demonstrations)”이라고 강조했다. 집권 여당은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하며 국민들의 힘이 있었기에 투쟁의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면서다.
계속해서 표면화된 ‘반미주의’ 원인으로 미국 정부가 비민주주의적인 정권을 지속 지원했기 때문임을 지목하고, 김 전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열망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미국의 변하지 않는 지지를 원한다”고 편지에 적었다.
편지를 공개한 김대중도서관 측은 “김대중이 민주화를 위한 민간외교를 활발하게 전개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며 “한국의 민주화가 6.29 선언을 한 노태우의 결단에 의해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김대중은 이후에도 변하지 않는 군의 정치개입 문제 등 구조적인 한계를 지적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6.29 이후 형성된 낙관론도 경계하고 있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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