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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탄소는 선택 아닌 생존의 문제… 제도·보상 뒷받침 시급” [발등의 불 ‘탄소중립 목표’]

, 세계뉴스룸 , 환경팀

입력 : 2022-05-18 06:00:00 수정 : 2022-05-20 11: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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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전문가 진단과 제언

온실가스 40% 감축 로드맵 필요
가장 심각한 배출원부터 찾아 대응해야
탄소중립 기업엔 적극적 보상정책 필요
원전 정치화 안 돼… 에너지 안보 차원 접근

국내 산업, 글로벌 시장과 발맞춰야
EU 탄소국경稅 도입… 무역 중심 韓 ‘비상’
국내 규제도 유럽 수준 돼야 기업들 생존
‘ESG 경영’ 등 객관적 지표부터 마련을
지난 2021년 7월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CO₂라는 글씨에 불을 피우며 보다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쉽지 않지만 가야 할 길.”

탄소 순배출 ‘0’(넷제로)을 뜻하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정부가 설정한 ‘2050년 탄소중립’ 등의 목표에 대해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산업계에서도 분야를 가리지 않고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확대하며 탄소 배출 저감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객관적인 기준과 관련 제도적 지원책 마련 등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실가스 감축에 산업 생존 달려

정부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이상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시한 상태다. 이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룬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는 도전적인 목표임에도 가야 할 길이라는 점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NDC 40%가 엄청나게 도전적인 목표고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국제정치적인 외교 차원, 우리나라 위상에 걸맞은 책임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경제와 산업과 기업의 생존 전략과도 긴밀히 관련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렵지만 우리가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고 이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출해 구체적 연도별 계획을 담은 감축로드맵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유승권 이노소셜랩 ESG 센터장은 “지금처럼 구체적이지 않은 계획으로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우리나라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정만 하고 있을 뿐이지, 정확히는 산출되고 있지 않다. 모든 걸 한꺼번에 줄일 수 없다면 지금 가장 심각하게 배출되고 있는 게 뭔지를 파악해서 그것부터 집중해야 한다”고 짚었다.

◆원전 정치 쟁점화 경계해야

윤석열정부는 2018년 배출량 대비 2030년 40% 감축이라는 목표를 유지하면서 탈원전 정책 폐기를 앞세운 에너지 정책 기조를 제시했다.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을 재개하고,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을 추진하는 내용이 국정과제에 담겼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은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원자력 문제가 지나치게 정치 쟁점화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홍 교수는 “에너지 정책은 탄소중립과 완전히 뗄 수가 없고, 전 세계의 큰 변화 흐름으로 인해서 산업 정책, 국가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차원으로 확대가 됐다는 인식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전력 수급에 문제가 있으면 안 되니까 재생에너지를 확대해 나가는 과정에서 석탄이나 가스, 원전 등이 어느 정도 위치와 비중을 차지해야 할 것인가 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유 센터장도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매우 다양한 방법들이 있는데, 온실가스 문제와 관련해 단순히 원전이냐 아니냐, 신재생에너지냐 아니냐 하는 것은 전체 큰 그림 중 일부분일 뿐”이라고 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왼쪽)과 유승권 이노소셜랩 ESG 센터장.

새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과 보상을 연계하는 방향으로 탄소중립 관련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용건 한국환경연구원 기후대기연구본부장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는 물론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수소,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양한 탄소중립 대응 기술 중 어떤 기술이 얼마만큼의 역할을 해야 하는지는 시장이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시장의 노력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기 위한 정책수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가장 낮은 비용으로 효과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기술이 우선적으로 시장에 보급돼야 한다”며 “정부는 시장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인센티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탄소가격제(기업들이 배출하는 탄소량을 측정해 상응하는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와 탄소시장을 정상화하고, 다양한 시장이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관련 정책과 제도를 수립해 시행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소 배출이 세계 교역질서에도 영향

전 세계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 중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다. EU로 수입되는 제품의 탄소 배출량이 EU 제품의 배출량보다 많을 때 이 차이만큼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책임과 윤리를 넘어 실질적인 비용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전 세계 교역질서를 바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김용건 환경硏 본부장(왼쪽)과 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김 본부장은 “EU의 CBAM 도입은 전 세계 교역질서와 온실가스 규제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우리나라는 교역 의존도가 높은 화석연료 다소비 국가로서 이러한 추세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EU의 온실가스 규제와 우리나라의 규제 수준 간 비교 평가가 쟁점으로 부상할 것이며, 국내 규제 수준을 EU 수준으로 높이지 않을 경우 탄소관세 부담과 국제 경쟁력 약화라는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도 “2020년대 세계 무역질서의 흐름 자체를 바꿀 수 있는 파괴력이 있는 세 가지는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하는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 글로벌 금융기관이 주도하는 ESG, EU가 주도하는 CBAM”이라며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탈탄소로, 기후변화 문제에 열심히 대응하자는 차원을 넘어서 이제는 아예 탈탄소를 기업·산업과 국가의 경쟁력으로 생각해 이를 통해서 기업이 시장도 확대하고 국가의 경쟁력도 강화하고 일자리도 만드는 경향을 강하게 보인다”고 말했다.

향후 국제적 에너지 공급망 안정성 여부도 탄소중립의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전 세계적으로 흔들리던 에너지 공급망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더욱 불안정해진 상태다.

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나서 에너지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고, 우리나라도 경유 가격이 대폭 오르고 다른 에너지 공급원도 굉장히 불안정해졌다”며 “러시아 천연가스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독일 등 전 세계의 탈석탄 움직임이 어떻게 진행될지 고민이 많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기업의 탄소중립 적극 지원해야

최근 국내 산업계에서는 환경을 보호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ESG위원회를 앞다퉈 설치하는 등 ESG를 경영 전략의 큰 축으로 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탄소중립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주체가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추세를 반기면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란스 티메르만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왼쪽)이 2021년 7월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포함한 온실가스 저감 법안 패키지 ‘피트 포 55’를 발표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김 본부장은 “ESG 경영과 관련된 게임의 규칙에 아직도 객관적인 지표와 투명한 측정 방법론이 결여돼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며 “기업의 탄소중립을 평가하기 위한 지표와 측정 방법을 확립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며, 이를 위한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과거에는 환경 정책을 시행하고 환경규제를 한다고 하면 기업들이 다 손사래 쳤지만 지금은 정부가 나서지 않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고 경쟁하기 위해 금융기관이든 제조업체든 ESG위원회, ESG센터를 다 만들고 있다”며 “이미 글로벌 시장이 이렇게 바뀌고 있으며 이런 시장의 흐름 변화를 정부가 빨리 받아들여 맞는 정책을 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 차원에서 ‘그린 택소노미’(특정 에너지원의 친환경·녹색산업 여부를 판단하는 분류체계)의 기준을 다듬어 택소노미에 포함된 에너지업종에 대한 투자를 육성하거나,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반시설을 마련하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정 교수는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지만 기업활동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며 “(EU와 다른) 우리 고유의 택소노미를 올해 빨리 손봐서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끔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센터장은 “기업들이 RE100 가입을 하려고 해도 신재생에너지를 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것을 실현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화, 재활용 가능한 공공인프라를 마련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업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고, 매우 구체적·체계적·단계적인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백소용·장혜진·남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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