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대북정책 기조 밝힌 듯
박진 외교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
中·러 반대… 대북 추가제재 무산

정부가 북한의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를 논의하기 위해 개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에서 북한 비핵화 목표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언급하면서 윤석열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왔다. 박진 신임 외교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새로운 것, 다시 강경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12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조현 유엔 주재 대사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를 구현해 나가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에 호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한국 정부가 처음 참석한 북한 탄도미사일 관련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내보인 CVID 언급은 새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북한은 자신들에게 검증이라는 ‘문턱’과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라는 고강도 목표를 요구하는 CVID에 전통적으로 강한 거부감을 보였기 때문에 전임 문재인정부에서는 언급이 자제돼왔다. 조 대사는 앞서 3월25일 북한 미사일 대응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완전한 비핵화’(CD)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도 ‘CVID’ 대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사용된 바 있다.
이날 취임식 후 열린 약식 기자회견에서 박 장관은 ‘CVID라는 표현이 새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인가’라는 질문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이러한 메시지를 국제사회와 함께 보내는 차원에서 이해해달라”고 답했다.
한편 미국과 중국·러시아는 대북 제재를 놓고 첨예한 입장차를 보였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미국대사는 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노력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지난 4년간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 강화를 막아왔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침묵은 효과가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제재에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장쥔(張軍) 중국대사는 “유감스럽게도 미국은 중국과 다른 관련 이사국들의 합리적인 제안을 외면하고 있고 제재의 마법의 힘에 미신적으로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사는 특히 미국·영국·호주의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 통해 미국이 호주에 핵잠수함을 지원하기로 한 것을 겨냥해 “일부 국가들은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자신들은 핵잠수함으로 확산 저지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러시아부대사 역시 “안보리가 과거 북한의 긍정적인 변화에 눈을 감고 제재를 강화하기만 했다”며 “제재를 강화하면 북한 주민을 위협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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