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北 비핵화시 지원·도발엔 대응 원칙
尹 “北 도울 담대한 계획 준비” 취임사
7차 핵실험 전망 등 상황 녹록지 않아
韓·美 동맹 주축 ‘쿼드’ 등 참여 가능성
中과 ‘3不 폐기’ 놓고 관계 악화 우려도

윤석열정부의 외교안보 환경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북한은 선제적 대미·대남 핵 타격 가능성을 열어놓은 데다 7차 핵실험 초읽기에 들어갔다. 오는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의제 역시 북한 비핵화 방안 및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등 이견을 좁혀야 할 사안이 산적해 있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자유와 번영을 꽃피우는 지속가능한 평화” 목표가 어떤 방향으로 시행될지 주목되는 이유다.
12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윤석열정부는 북한을 향해 대화의 문을 열어 놓으면서도 무력도발 등 불합리한 행동에는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북 ‘선제타격론’을 내세우기도 했으나, 당선 이후나 취임사에선 대북 강경 수위를 점차 완화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및 핵실험 유예(모라토리엄) 파기라는 ‘레드라인’을 넘은 데다, 지난달 조선인민혁명군 열병식 당시 ‘선제 핵공격’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남북관계는 당분간 대치 국면에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사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할 시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는 ‘비핵·개방·3000’(북한이 핵 폐기 결단시 10년 내 북한 1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 수준 도약)을 내건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과 비슷하다. 하지만 북한이 경제지원을 위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바이든 대통령 방한(20일) 전후 소형 전술핵 개발을 목표로 한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윤석열호가 닻을 올리자마자 북한 핵 도발이라는 거대 암초를 만나는 격이다.

윤석열정부를 둘러싼 국제 환경도 녹록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중·러와 미 등 서방 간 신냉전 구도가 본격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미국 외교정책의 무게추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다시 옮겨지는 모양새다. 미국이 아태지역 동맹국을 중심으로 반중·반러 연대를 공고히 하고 있어서다.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2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쿼드’(Quad : 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 정상회의 참석 전 한국을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을 가지는 것도 유의미한 점이다.
신냉전 구도에서 한국은 미국 주도 안보협의체에 동참할지, 아니면 경제안보 비중이 큰 중·러와도 균형외교를 펼칠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전임 문재인정부가 미·중 갈등 속에서 실리외교를 표방했다면, 윤석열정부는 한·미동맹을 주축으로 한 ‘쿼드’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새 정부는 북한 핵개발 저지 방안은 물론 외교안보 이슈에 있어 한·미·일 공조체계를 재건하는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될 예정이다.

북한의 핵 위협이 커지는 만큼 북한을 제어할 수 있는 중국의 역할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는 한·중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로 양국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대선 공약대로 △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 등 이른바 한·중 3불(不) 합의 폐기를 추진할 경우 한·중관계는 지금보다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30년간 한·중관계 발전의 주요 동력인 경제협력 분야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새롭게 발굴해야 한다”며 “조속히 한·중,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도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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