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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 덮친 ‘긴축 공포’…“팬데믹 기간 주식 수익 다 잃어”

입력 : 2022-05-12 22:00:00 수정 : 2022-05-12 16: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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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우려에 성장주 타격…“현금 비중 늘려야”
개인 2020년 이후 국내주식 165조원 순매수
개인 증시 순매수 금액의 40%는 ‘삼성전자’
하락장에도 주식투자 열기는 식지 않을 전망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청사. EPA연합뉴스

세계 주식시장에 ‘긴축 공포’가 몰아치면서 연일 하락장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을 필두로 한 글로벌 긴축 움직임과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공포까지 더해지며 주요국 증시는 연초 이후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걷는 중이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시장의 변동성이 여전히 높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BMO의 이안 린젠 미국 금리 담당 대표는 11일(현지시간) CNBC에 “이번 지표가 연준이 이미 예고한 6, 7월 50bp 금리 인상을 넘어 이후로까지 (공격적 행보를) 연장할 것이라는 전망에 위험자산이 하락 압력을 받았다”고 말했다.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크리스 자칼렐리 최고투자책임자는 “불편한 진실은 연준이 더 빠르게, 그리고 많은 사람이 바라던 것보다 더 높은 수준까지 금리를 올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동·서학 개미, 코로나 이후 증시에 220조원 투입

 

일명 동학, 서학 개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식 투자붐이 일면서 증시에 쏟아부은 자금이 220조원을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거래소. 뉴시스

12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초부터 현재(6일 기준)까지 개인 투자자의 국내 및 해외 주식 순매수 금액은 226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개인의 국내 증시 순매수 금액은 165조2000억원이었다.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 132조2000억원, 코스닥시장에 33조원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개인 투자자는 지난해 국내주식을 역대 최대 규모인 76조90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코로나19 유행 첫해인 2020년에는 63조9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개인이 국내외 증시를 통틀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단연 삼성전자다. 코로나 이후 개인 투자자는 삼성전자를 51조80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개인은 이 기간 삼성전자 우선주도 12조50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친 개인의 삼성전자 주식 순매수 금액만 무려 64조2000억원에 달한다. 개인 증시 순매수 금액의 40%에 육박하는 금액이 삼성전자에 쏠린 것이다.

 

또 개인은 국내 대표 빅테크 기업인 카카오와 네이버를 각각 5조8000억원어치 순매수했고 현대차(5조7000억원), 현대모비스(4조원), SK하이닉스(3조9000억원), LG전자(2조2000억원), 한국전력(2조1000억원) 등도 2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해외주식 순매수 금액의 코로나19 이후 증가 폭은 더욱 크다. 2020년 초부터 지난 6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예탁원을 통해 해외주식을 순매수 결제한 금액은 522억3000만달러다. 각 연도 말 환율(올해는 6일 기준)로 환산하면 한화로 약 61조원 규모다. 2018년 15억7000만달러, 2019년 25억1000만달러에 그쳤던 개인의 해외주식 순매수금액은 팬데믹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듬해인 2020년에는 1년 전보다 8배 증가한 197억3000만달러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에는 이보다 많이 증가해 투자자들은 해외주식에 218억6000만달러(약 26조원)를 쏟아부었다.

 

올해 들어서도 개미들은 해외주식 106억달러(약 13조5000억원)를 순매수해 이미 작년 순매수 금액의 절반을 뛰어넘었다. 해외주식 순매수 1위 종목은 테슬라로 개미들은 이 기간 테슬라 주식 72억2000만달러어치 사들였다. 애플(32억달러), 알파벳(16억5000만달러) 등도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2592.27) 대비 42.19포인트(1.63%) 내린 2550.08에 장을 마쳤다. 뉴시스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 줄줄이 하락

 

증시 활황에 작년까지 주식투자로 재미를 보던 개인 투자자들 상당수가 올해 들어서는 씁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305로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던 코스피는 하반기 들어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더니 올해 들어서는 현재까지 12%가량 떨어져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2,600선마저 내줬다. 코스피가 2,600선 아래에서 마감한 건 2020년 11월 이후 17개월여 만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연초 이후 각각 16%, 12% 떨어졌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긴축 타격을 더 크게 받으며 25% 가까이 하락했다.

 

특히 동학 개미, 서학 개미들이 많이 투자해온 대형 성장주들의 낙폭이 더 크다. 금리 상승은 기업의 미래 이익에 대한 할인율을 높여 성장주에 더 큰 타격을 준다. 지난 8일 기준으로 서학 개미 보유 1위 종목인 테슬라 주가는 연초 이후 24.3% 떨어졌다. 서학 개미 순매수 보유 2위 종목인 애플은 이 기간 13% 떨어졌고, 엔비디아와 알파벳은 각각 40%, 21% 하락했다. 아마존 주가도 35% 급락했다.

 

서학 개미들은 또 미국 증시 상승장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들도 대거 담아 들여 최근 미국 증시 주요 지수 하락으로 만만찮은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PROSHARES ULTRAPRO QQQ) ETF는 서학개미가 16억5000만달러만큼 보유하고 있는 종목이다. 이 ETF는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등락률을 3배로 따라가는 상품으로 연초 이후 가격이 83달러에서 32달러로 61% 폭락했다. 나스닥100 지수를 1배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와 S&P500지수를 추종하는 ‘SPDR SP500 트러스트’도 각각 24%, 16% 떨어졌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뉴시스

국내 증시에서도 연초 이후 삼성전자가 16% 하락했고 카카오와 네이버가 각각 24%, 26% 떨어지는 등 개인 투자자 증시 순매수 상위 종목이 줄줄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개인의 주식투자 열기는 크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서도 국내 증시에서 25조3000억원어치, 해외 증시에서 13조5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 연준이 받쳐주지 않는 시장 경험 없어”

 

팬데믹 시기 미국 증시에서 ‘밈 주식’(meme stock·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 투자자들이 몰리는 주식) 열풍을 주도한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하락장에 그간 번 돈을 다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모건스탠리가 2020년부터 신규 개설된 계좌의 거래와 거래소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증시에 들어온 개인들이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주가 하락으로 그동안의 수익을 모두 잃은 상태인 것으로 추산됐다.

 

블룸버그는 개인 투자자들이 선호했던 밈 주식의 주가 하락 폭이 컸다면서 기관투자자들과는 달리 개인이 하락장에 재빨리 대응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밈 주식 중 하나인 영화관 체인 AMC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올해 들어 약 49%나 빠졌으며, 지난해 6월 고점 이후 하락 폭은 약 78%에 이른다. 코로나19의 최대 수혜주 중 하나로 꼽힌 홈 피트니스 업체 펠로톤도 역시 주가가 최고가보다 90% 이상 떨어진 상태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골드만삭스가 분석한 개인 투자자 선호 종목군의 주가는 올해 들어 평균 32% 급락,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보다 하락 폭이 2배 이상 컸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대화방 등을 중심으로 결집한 개인 투자자들은 작년 초 게임스톱 주가 급등을 주도하는 등 밈 주식 열풍을 이끌면서 한때 증시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4%에 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이들은 최근 이어지는 하락장에도 주식투자 비중을 크게 줄이지 않았다. 지난달 개인의 월간 주식 순매수 금액이 2020년 말 이후 두 번째로 적은 140억달러(약 2조6347억원)에 그치긴 했지만, 아직도 주식보유 비중이 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반면 헤지펀드의 경우 주식 비중을 2년 만의 최소치로 줄이는 등 기관투자자들은 금리 인상기를 맞아 적극적으로 주식 비중을 낮춰왔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터틀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매슈 터틀 최고경영자(CEO)는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코로나19 시대에 주식투자를 시작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받쳐주는 미친 시장만 경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작년 11월 연준의 방향 전환으로 상황이 모두 뒤바뀌었지만, 그들은 연준이 받쳐주지 않는 시장을 본 적이 없어서 이를 깨닫지 못했다”며 “그 결과는 끔찍하다”고 덧붙였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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