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심야 소음 기준 아래…제지못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사저로 귀향한 지 사흘째인 12일 한 반대단체가 밤새 확성기를 틀어 주민들 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통령에 반대하는 이 단체는 사저에서 100여m 정도 떨어진 도로에서 밤새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낭독하는 ‘국민교육헌장’을 반복해 틀었다.
이 단체는 전날 밤늦게까지 유튜브 방송을 한 후 이날 오전 1시쯤부터 차량에 별도로 설치한 스피커를 통해 국민교육헌장을 아침까지 계속 내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확성기 소리가 집시법 시행령이 정한 심야 소음 기준(55㏈) 아래여서 제지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확성기 소리가 소음 기준을 밑돌아도 주민들은 밤새 시달려야 했다. 평산마을 한 주민은 “국민교육헌장을 밤새도록 틀어놔 문이란 문은 다 닫고 잤는데도 새벽에 깼다”고 하소연했다.
이 단체는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도로에서 앞으로도 집회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보수단체 등이 평산마을 주변에서 이달 말까지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를 했으며 문 전 대통령 지지자들 방문도 많을 것으로 예상돼 충돌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교육헌장은 1968년 12월5일 박정희 정부 당시 발표된 헌장이다. 민주화 이후 암기 강요, 강제 낭독 등이 문제가 되면서 점차 사문화되다가,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 11월28일부터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대통령령 규정’ 개정에 따른 기념일 정리 작업의 하나로 폐지됐다.
한편 지난 10일 오후 양산 사저로 귀향한 문 전 대통령은 이날까지 쭉 외부 일정 없이 사저에 머물렀다. 사저 관계자는 “전날에 이어 서재 정리 등을 하며 사저에서 지내실 예정"이라며"공개할 외부 일정이 있으면 공지하겠다”고 말했다. 평산마을 사저에는 전날 보이지 않던 가림막이 일부 설치됐다. 대나무 울타리 사이로 문 전 대통령이 밝은 분홍색 셔츠를 입고 소매를 걷은 편한 차림으로 고양이를 안고 산책을 하던 장면이 목격된 곳이다.
문 전 대통령 귀향 첫날 수천 명의 지지자 등이 몰렸던 평산마을에는 이날도 오전부터 방문객 발길이 이어졌다. 문 전 대통령 내외가 귀향한 날 마을 주민들을 사저로 초청해 연 다과회에 참석한 옆집 주민 신한균 도예가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인 평산마을에 대통령이 오시면서 젊은 경호인들이 거주하게 되고 방문객들도 많이 찾아와 생기가 돌게 됐다”며 “문 전 대통령 사저는 평범한 전원주택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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