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관정 수원고검장이 이른바 ‘채널A 사건’ 수사일지를 공개하자 당시 사건의 수사 지휘 실무자로 있던 전 대검 검찰 간부가 해당 사건은 “검찰 흑역사”라며 조목조목 반박에 나섰다.
박영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당시 대검찰청 형사1과장)는 10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채널A 사건일지 공개 유감’이라는 글을 올려 “저의 증언에 대비해 (김 고검장이) 글을 게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증언에서 많은 말씀을 드리지 못해 게시판을 빌려 몇 말씀만 드리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 부장검사는 전날 열린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채널A 사건’과 관련해 “검찰수사심의위는 한 후보자를 불기소 처분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며 “그런데도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계속 수사 지휘를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김 고검장은 “(한 후보자) 청문회에서 ‘채널A 사건’과 관련해 재론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프로스에 ‘채널A 사건’ 수사일지를 공개했다. 김 고검장이 공개한 수사일지에 따르면 당시 윤 총장은 중앙지검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 사실을 대검에 미리 보고하지 않은 것에 격노하며 압수수색 필요 사유 등을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부장검사는 김 고검장의 주장에 정면 반박했다. 그는 “당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측근 사건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사 초기부터 의도적으로 대검에 보고하지 않겠다면서 거부 또는 누락했다”며 “이는 총장의 지휘에 대해서뿐 아니라 (김관정 당시) 대검 형사부장의 실무지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점에 대해 총장뿐 아니라 김 고검장도 분노했다”며 “수사일지에 마치 ‘총장이 측근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강력한 수사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전제로 깔고 있는 듯 표현돼 있지만 이는 대검에 보고할 사항조차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검 지휘라인이라면 누구나 나오는 당연한 반응이었다”고 부연했다.
박 부장검사는 “김 고검장이 총장과 서울중앙지검 사이에서 조율한 것이 아니라 한 방향으로만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을 용인하고 편들지 않았는지 반문하고 싶다”며 “도대체 검찰의 최고 지휘감독기관의 고위 참모로서 서울중앙지검을 ‘지휘’한 것이냐, ‘애원’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박 부장검사는 특히 당시 윤 총장이 사전 보고하지 않아 ‘격노’했다는 김 고검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총장뿐 아니라 본인도 ‘중앙지검 수사팀이 말을 듣지 않는다, 보고를 안 한다’고 수차례 화를 내고 불만을 표출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당시 윤 총장이 김 고검장에게 중앙지검에 자문단 소집 결정을 통보할 것을 여러 차례 지시했지만, 김 고검장은 ‘지시를 전달했다’고 허위보고했다고 들었다”며 “그런데 언론에 소집 사실이 보도되고 중앙지검이 항의하니 중간에 곤란해서였을까”라고 했다.
박 부장검사는 “저는 당시나 지금이나 여전히 검사로서 양심상 채널A 사건은 검찰의 대표적인 불공정한 수사권 남용 사례 중 하나로, 검찰의 흑역사로 남을 사건이라 생각한다”며 “사건 수사 및 지휘라인은 응당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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