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취임식을 마친 뒤 서울 용산 대통령집무실에서 외국 경축사절단을 잇따라 접견하는 등 외교 행보에 주력했다. 특히 한반도 주변 4강국(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가운데 전쟁 중인 러시아를 제외한 3개국 사절단을 접견했는데, 그 순서를 두고 새 정부의 외교 노선이 뚜렷하게 엿보인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30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인 일명 ‘세컨드 젠틀맨’ 더글러스 엠호프와 마티 월시 노동부 장관, 인기 소설 ‘파친코’의 한국계 작가 이민진씨 등 미국 사절단을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70년 역사의 한미 동맹은 동북아 영내 평화와 변영의 핵심 축이었다”며 “대한민국은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했다. 미국의 여러 동맹 중에서도 한미 동맹은 가장 성공적인 모범 사례라고 생각한다. 우리 국민들도 한미 동맹에 전폭적으로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줄곧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역설해왔다. 대선 다음날 당선 후 첫 일정으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윤 대통령은 오는 21일 방한하는 바이든 대통령과 역대 가장 빠른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오후 2시10분엔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 등 일본 사절단을 만났다. 일본 외무상의 방한은 2018년 6월 고노 다로 당시 외상 이후 4년 만이다. 하야시 외무상은 윤 대통령에게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특서를 전달했다. ‘G2’로 꼽히는 중국보다 일본 사절단을 먼저 접견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윤석열정부의 외교 우선순위가 반영된 것이란 말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정부에서 최악으로 치달았던 한일 관계의 정상화를 강조해왔다. 하야시 외무상이 전날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만나 “조속한 관계 개선은 필수불가결”이라고 하는 등 일본도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오후 2시50분엔 아랍에미리트(UAE) 사절단을 접견한 뒤 국회에서 박병석 의장 주재로 열린 경축 연회에 참석했다가 집무실로 돌아와 오후 5시30분 시진핑 국가주석의 ‘오른팔’로 불리는 왕치산(王岐山) 부주석 등 중국 사절단을 접견했다. 왕 부주석은 역대 한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중국의 최고위급 인사다. 중국이 한국의 새 정부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선 ‘상호 존중’을 기치로 내건 바 있다. 이어 윤 대통령은 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과 정상 환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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