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난제 해결할 기본가치 해석
국민·세계·평화·해결·민주주의 順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취임사를 통해 밝힌 메시지의 핵심은 ‘자유의 확대’였다. 윤 대통령은 자유를 바탕으로 안으로는 자산 양극화 해소와 갈등 봉합으로 민주주의와 경제를 회복하고, 밖으로는 국제사회 일원으로 선진국답게 모범이 돼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이 이날 취임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자유’(35회)였다. 국내외적 위기와 난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공유해야 할 보편 가치는 자유라는 윤 대통령의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윤 대통령은 자유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영논리와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소신을 펼쳤다. 윤 대통령은 양극화와 사회 갈등으로 공동체 결속력이 흔들리는 원인을 ‘반지성주의’라고 했다. 이 대목에서 윤 대통령은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고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돼야 한다”며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합리주의와 지성주의”라고 강조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일시적으로 전쟁을 회피하는 취약한 평화가 아니라 자유와 번영을 꽃피우는 지속 가능한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자유를 지키기 위한 노력 그 자체, 나아가 자유의 확대라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반지성주의를 언급한 대목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일방독주를 지적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21대 총선 승리로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입법 독주’를 펼쳐 각계로부터 지탄을 받았음을 상기시킨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윤 대통령은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 밖에도 취임사에서 ‘시민’과 ‘국민’(각 15회), ‘세계’(13회), ‘평화’(12회), ‘해결’(9회), ‘민주주의’(8회) 등 순으로 많이 언급했다. 반면 통합이나 소통은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선 이후 대통령 집무실 이전부터 최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에 이르기까지 여야의 극심한 대치 상황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 취임사는 총 3440자로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상당히 짧은 편이다. 1987년 이후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사를 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8688자)이 가장 길었고, 문재인 전 대통령(3121자)이 가장 짧았다. 연설 시간도 16분으로 길지 않았다. 윤 대통령 취임사는 애초 30분 분량으로 작성된 초안이 수정 과정에서 20분 이내로 단축됐다고 전해진다. 윤 대통령이 뚜렷하고 간결한 연설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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