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국내 공급된 제조품 수입비중 최대

3월 경상수지가 67억대 흑자를 기록하며 23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다만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흑자 폭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어들었다. 올해 1분기 국내에 공급된 제조업 제품이 수입품의 증가로 지난해보다 1.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제조업 제품 공급 중 수입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0.8%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3개월 연속 흑자지만 증가폭 감소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22년 3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3월 경상수지는 67억3000만달러(약 8조6000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2020년 5월 이후 23개월 연속 흑자지만, 지난해 같은 달(75억달러)보다 7억7000만달러 감소했다. 경상수지는 수출입 실적이 반영된 상품수지와 운송·여행수지 등을 포함하는 서비스수지, 임금·배당·이자소득 등이 합산된 본원소득수지로 구성된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 흑자는 53억1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25억4000만달러 줄었다. 수출(645억1000만달러)이 석유제품·반도체 등의 호조로 16.9% 늘었지만, 수입(592억달러) 증가 폭이 25.1%로 더 컸기 때문이다. 3월 통관 기준 원자재 수입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52.3% 급증했다.
서비스수지는 지난해 3월 11억달러 적자에서 3억60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특히 수출 화물 운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운송수지 흑자 규모가 1년 전보다 9억7000만달러 늘어난 15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본원소득수지는 11억5000만달러 흑자를 냈지만, 1년 새 흑자액이 1억4000만달러 줄었다. 외국인 투자기업의 배당 지급이 늘어 배당소득 흑자가 4억7000만달러에서 3억9000만달러로 9000만달러 축소된 데 영향을 받았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경상수지 흑자 축소에 대해 “수출이 견조한 흐름이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 등으로 수입이 늘면서 상품수지가 부진했기 때문”이라며 “원자재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에 흑자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4월이다. 4월만 놓고 보면 3년 만에 경상수지 흑자(1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던 지난해와 달리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황 국장은 “지난달 통관기준으로 무역 적자(26억6000만달러)를 본데다가 12월 결산법인의 배당도 4월에 몰려 있어 일시적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본 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의 순자산(자산-부채)는 53억7000만달러 증가했다. 직접투자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91억1000만달러, 외국인 국내투자가 28억4000만달러 늘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65억8000만달러 늘어 2020년 4월 이후 24개월 연속 증가세다. 외국인 국내투자는 22억7000만달러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전체로는 경상수지가 150억6000만달러(약 19조2400억원) 흑자로, 지난해 1분기보다 72억7000만달러 축소됐다. 원자재 수입 급증의 영향으로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192억8천만달러에서 104억달러로 88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서비스수지와 본원소득수지는 각 4억4000만달러, 47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서비스수지 가운데 운송수지 흑자는 57억6000만달러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였다.
◆1분기 국내 공급된 제조품 수입비중 최대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2022년 1분기 제조업 국내 공급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제조업 국내 공급지수(잠정치)는 107.4로 전년 동기(105.6)와 비교해 1.7% 높아졌다. 지난해 1분기(3.4%), 2분기(9.1%), 3분기(1.9%), 4분기(3.6%)에 이어 5개 분기 연속 오름세이나 증가폭은 다소 둔화했다.
제조업 국내 공급지수는 국내에서 생산돼 국내로 출하됐거나 외국에서 생산돼 국내에 유통된 제조업 제품의 실질 공급금액을 지수화한 것이다. 국산과 수입을 포함해 제조업 제품의 국내 공급 동향을 조기에 파악하고 제시함으로써 국내시장 전체 동향 등을 분석하기 위한 자료로 사용된다.
올해 1분기의 경우 국산이 1.4% 줄었으나 수입이 9.2% 증가하면서 1분기 전체 제조업 제품의 국내 공급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1분기 제조업 국내 공급 중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2.3%포인트 높아진 30.8%를 기록했다. 이는 201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역대 최고치다.
주요 업종별 공급 현황을 보면 전자제품(13.0%)과 전기장비(7.4%) 등은 국산과 수입이 모두 늘어 국내 공급이 증가했다. 의약품의 경우에는 지난해 1분기보다 국내 공급이 20.0% 증가했다. 코로나19 백신 및 관련 제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산이 16.5%, 수입이 26.7% 각각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반면 금속가공은 국산(-10.1%), 수입(-0.2%)이 모두 줄어 국내 공급이 9.2% 감소했다.
재화별로 보면 최종재 공급이 0.6% 감소했다. 개인 또는 가계에서 구매하는 제품인 소비재가 2.9% 증가했으나 생산 관련 활동에 사용되는 제품인 자본재가 5.8% 감소한 결과다. 소비재에서는 의약품·상업인쇄 등이 늘어난 반면, 자본재에서는 웨이퍼 가공장비·컨테이너선 등이 줄었다. 중간재 공급은 시스템반도체·D램 등의 증가로 3.1%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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