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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서 떠올려진 인사 편중 문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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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11 08:00:00 수정 : 2022-05-11 09: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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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취임식, 통합 메시지 전달되도록 신경 썼지만
초기 고위직 인선에 대한 아쉬움 더욱 도드라져
남은 인사 어떻게 하는지 지켜볼 국민 많을 듯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악가 연광철과 레인보우합창단이 함께 애국가를 제창하는 것을 통해 편견과 차별을 넘어 꿈을 향해 모두가 동행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았다.”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서 세계적 성악가(베이스) 연광철(57·사진)이 다문화 어린이들로 꾸려진 레인보우합창단과 함께 애국가를 부른 것과 관련해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는 이렇게 의미를 부여했다. 연광철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지역 음대와 동양인 출신이란 편견을 깨고 세계적 성악가가 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다. 

 

실제 연광철은 성악계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통한다. 충북 청주공고 재학 중 음악 선생님이 없어 음악 시간에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들어야 했고, 건축 기능 자격증 2급 시험에 떨어진 뒤 독학으로 3개월 동안 음악을 공부해 청주대 음대에 들어갔다. 부친이 소를 판 돈으로 당시 한국과 막 수교가 이뤄져 다른 유럽 국가보다 물가가 쌌던 불가리아의 소피아 국립예술학교로 유학을 갔다.

 

이후 독일 베를린 국립음대를 거쳐 1993년 ‘플라시도 도밍고 콩쿠르’로 알려진 ‘오페랄리아 국제 오페라 콩쿠르’에서 우승해 이름을 알렸다. 1994년부터 2004년까지 세계적 명문인 베를린 국립 오페라극장 전속가수로 활동했다. 특히 1996년부터 ‘바그너의 성지’로 통하는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단골로 출연했다. 2018년에는 베를린 국립 오페라극장으로부터 ‘카머쟁어’(Kammersänger·궁정가수) 칭호를 받았다. 독일 왕정 시대에 기량이 뛰어난 성악가에게 왕이 수여하던 호칭으로, 유럽에서 성악가가 받을 수 있는 대단한 영예다. 아시아인이 카머쟁어 호칭을 받은 건 이례적으로, 한국 성악가 중에선 2011년 전승현이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극장에서 받은 후 두 번째다.

연광철

연광철은 빈 국립오페라극장,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런던 로열 오페라하우스 등 세계적 극장의 무대에도 올랐고, 서울대 음대 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가 취임식 음악 연주를 소아마비로 휠체어를 타는 지휘자 차인홍이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 발달 장애 청소년으로 구성된 하트하트 오케스트라에게 맡긴 것도 연광철에게 애국가를 부르게 한 배경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10년간 익명으로 매년 1억원씩 기부한 ‘키다리 아저씨’ 박무근씨, 병원 문을 닫고 코로나 현장으로 뛰어든 의사 이성구씨, 방호복을 입고 코로나19로 격리된 할머니와 화투를 쳐 화제가 된 간호사 송주연씨, 청각 장애 아동 후원 음악밴드 멤버인 김형규씨 등 ‘국민희망대표’ 20명을 선정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단상에 오르게 한 것도 마찬가지일 듯하다. 국민통합 메시지를 담기 위해서 말이다.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은 국민대표 20인과 관련해 지난 3일 “이야기가 있는 국민을 초청하겠다는 목표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선정했다”며 “연령, 지역별로 고르게 안배해 초청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도착, 국민희망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취임식은 윤 대통령이 대선 기간 내내 다짐하고 강조한 국민통합 메시지가 전달되는 행사가 되도록 신경쓴 표정이 역력했다. 이를 보니 내각 후보자 등 윤석열정부 초기 고위직 인선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도드라질 수밖에 없다. 하루 반나절도 안 걸려 끝나고 마는 취임식 행사에도 연령, 성별, 지역, 사회적 약자 등을 고려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으면서 정작 앞으로 국정 운영을 해나갈 주요 인사에서는 특정 지역·연령·학벌 쏠림에 아랑곳하지 않은 모양새라 국민통합을 무색하게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김대기(66)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대통령실 실장·수석급 인사 11명만 해도 평균 나이가 60.1세이고, 출생지는 서울이 6명이나 된 반면 호남·강원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출신 대학도 서울대 4명, 고려대 2명, 육군사관학교 2명, 서강대·성균관대·한국방송통신대 1명씩으로 지방대 출신은 없었다. 여성은 조선일보 기자 출신의 강인선 대변인이 유일하다.

 

앞서 발표된 장관 후보자 18명(평균 연령 59.9세, 서울대 9명, 여성 3명)에 이어 전날 발표된 차관급 20명도 편중인사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차관급 평균 연령은 56.15세로 40대 이하와 여성은 전무했다. 서울대 출신이 8명으로 가장 많았고, 연세대 6명, 건국대·경희대·고려대·성균관대·한국외대 1명씩에, 지방대학은 충남대 1명이 전부였다. 

 

국민통합 실천 의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게 인사인 점을 감안하면 새 정부가 아직까지는 세대·성별·출신 지역·학교별로 도덕성과 능력이 뛰어난 인재를 찾으려 최선을 다했다고 보여지지 않는다. 이번에 인선된 사람들이 능력을 얼마나 발휘하는지, 앞으로 남은 주요 공직에 대한 인사는 어떻게 하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 볼 국민이 많을 듯하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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