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인근 도로에서 전기자전거를 타고 배달을 하던 40대 여성 A씨가 5t(톤) 화물차에 치여 숨졌다. A씨는 두 아이를 홀로 키우며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배달 업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러나 A씨 유족은 산업재해보상보험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A씨가 근로시간과 소득을 기초로 하는 ‘전속성’에서 산재보험 가입 기준을 넘지 못해 현장 위험에 그대로 방치돼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배달 근로자도 산재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산재보험 전속성 요건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산재보험법,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이 전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고용부 고시에 따르면 배달 기사는 한 업체에서 받은 월 소득이 116만4000원이상, 그 업체에서 일한 시간이 월 97시간 이상일 때 전속성이 인정돼왔다.
이는 A씨의 경우처럼 육아를 하며 틈틈이 배달 일을 병행하는 이들이 충족시키기 어렵다. 일명 '공유콜'을 통해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등 여러 업체로부터 일감을 받는 대다수의 배달 근로자들도 마찬가지다. 노동계 안팎에선 현실을 도외시한 제도라는 비판이 거셌다.
전날 소위에서 의결된 개정안은 전속성 요건을 삭제했다. 이 개정안에 대해서는 여야 간 이견이 없어 환노위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달 근로자들은 산재 보험의 전속성 요건을 폐지해 모든 노동자들에게 산재보험을 보장할 것을 촉구해왔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 등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들은 지난달 22일 플랫폼 배달 업계와 간담회를 하고 산재보험 전속성을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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