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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1만’… 日 도쿄, 쓰레기 줄자 까마귀도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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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10 09:21:08 수정 : 2022-05-10 11: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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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의 쓰레기 주변에서 먹이를 찾는 까마귀들. 요미우리신문 홈페이지 캡처

2001년 9월 일본 도쿄도에는 약 3만6400마리의 까마귀가 있었다. 까마귀 때문에 각종 민원이 쇄도하자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당시 지사의 지시에 따라 만들어진 태스크포스팀이 도내 40개의 서식지를 조사한 결과였다. 도쿄 긴자(銀座)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60대 남성은 까마귀 때문에 “매일 아침 음식점에서 내놓은 쓰레기 봉투가 찢어져 있고, 도로는 걷기 힘들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이후 20년간 까마귀 숫자는 크게 줄었다. 2020년 조사에서는 약 70%가 줄어든 1만1000마리 정도로 파악됐다. 

 

그 많던 까마귀는 어디로 갔을까. 지난 20년간 무엇이 까마귀를 도쿄를 떠나게 했을까.  

 

9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까마귀 개체 수의 변화는 쓰레기의 증감, 처리방식의 변화와 관련이 깊다. 

 

도쿄 도심의 까마귀는 1980년대부터 늘기 시작해 2000년을 전후해 정점을 찍었다. 1985년 첫 개체수 조사에서 6737마리던 것이 1990년에는 1만863마리, 2001년에는 3만마리 이상으로 증가했다. 까마귀가 크게 늘면서 “쓰레기가 마구 흩어져 있다”, “울음소리가 시끄럽다”, “공격을 당할까봐 무섭다” 등의 민원(2001년 3752건)이 이어지면서 사회문제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까마귀의 증가는 쓰레기 양의 증가와 관련이 깊다. ‘도쿄청소사업백년사’를 보면 도쿄 23개구의 쓰레기 회수량은 1985년 약 397만톤이던 것이 1990년 480만톤으로 늘었다. 도시새연구회 가라사와 고이치씨는 “경제성장에 따라 대량의 음식물 쓰레기가 도로로 나왔고, 까마귀가 그것을 마음껏 먹으면서 번식했다”고 설명했다.

 

도쿄도는 쓰레기 처리 방식을 바꾸는 것으로 까마귀 문제에 대응했다. 먹이가 되는 쓰레기를 아침 일찍 수거하도록 했고, 올가미를 만들기도 했다. 스기나미(杉並)구는 내용물이 잘 보이지 않는 노란 봉투를 도입했고, 까마귀가 싫어하는 매운 성분을 바른 봉투를 판매하는 기업도 생겼다. 또 쓰레기 양 자체를 줄이기 위해 음식점 등의 쓰레기 처리를 유료화했다.

 

여러가지 이유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지만 저간의 사정을 보면 까마귀 문제는 애초 인간에게서 비롯되는 걸 알 수 있다. 20년 이상 까마귀를 연구해 온 마쓰바라 시즈시(松原始) 도쿄대 종합연구박물관 교수는 “쓰레기를 함부로 내놓으면 까마귀는 늘고, 그렇지 않으면 줄어든다”며 “인간의 행동에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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