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취임식 하루 전 공개일정 시작
전입신고 마쳐… 분당 자택은 매각기로
당선 시 8월 전대 출마로 당권 노릴 듯

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인천 계양을 출마 선언 이후 첫 일정으로 계양구노인복지관을 찾았다. 지역 어르신을 만나 자신의 출마를 알리는 한편 조언을 듣겠다는 취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하루 전에 맞춰 공개 일정을 시작한 만큼 이번 6·1 지방선거를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로 만들겠다는 의도도 담겼다는 분석이다.
이 고문은 이날 복지관 방문 뒤 기자들과 만나 “평생 이 나라 발전을 이끌어 오신 어르신들께 고마움도 표하면서 조언을 듣기 위해 방문했다”고 밝혔다.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이 고문은 “판교테크노밸리를 성공시킨 경험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 계양테크노밸리를 성공시키겠다”며 “나랏일도 중요하지만, 지역 일도 중요하다. 산업단지 문제를 해결해 동네에서 먹고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결과로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고문은 오후에는 계산역 인근 지역상권을 돌며 주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출마 선언을 한 8일에는 한 오피스텔을 계약한 뒤 온라인 전입신고까지 마쳤다. 이후 오후 11시까지 계양구 일대를 다니며 유권자와 접촉했다고 한다. 곧 성남시 분당구 자택도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선거 고전을 예상하던 민주당은 확실한 ‘흥행보증 수표’가 생겼다며 이 고문 출마를 반기는 분위기다. 민주당 인천시당 관계자는 “남은 카드는 ‘이재명 마케팅’뿐이라는 데 대부분 동의한다”고 말했다. 대선 패배 직후 치러지는 선거인 탓에 민주당의 최대 텃밭으로 꼽히는 계양구에서조차 국민의힘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도 ‘이재명 카드’를 반기는 이유다.
이 고문이 2005년 열린우리당 입당 이래 성남에서만 정치활동을 해 온 것은 ‘아킬레스건’이다. 국민의힘은 이 고문을 향해 ‘경기도망지사’라고 비판했다. 지난 대선 기간 내내 논란이 됐던 ‘판교 대장동’ 논란을 피하기 위함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 고문은 “어려운 민주당 상황을 조금이라도 타개하고 민주당 후보들이 겪는 어려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이 책임질 도리”라며 “정치인은 자신의 이해관계가 아닌 국민 중심으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이 고문이 ‘편한 길로 갔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분당갑에서 본인의 ‘최대 치적’이라던 ‘대장동’ 정면승부를 하지 않아서다.
당 지도부가 대선 패장인 이 고문의 성공적 복귀를 위한 판을 깔아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17개 광역단체장 중 9개면 우리로서는 좋은 성과”라며 “현재로서는 8개 지역을 이기기도 쉽지 않다고 보고 있는데 목표는 과반으로 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이 고문의 8월 전당대회 출마를 상수로 보고 있다. 차기 당 대표는 2024년 예정된 22대 총선에서 공천권을 갖는다. 이 고문이 문재인 대통령처럼 당권 장악 뒤 차기 대선 출마라는 밑그림을 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수도권 재선 의원은 “굳이 당 대표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쪽과 한번 나온 김에 밀고 가야 한다는 쪽이 반반”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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