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단체 “반출 결정 철회해야”

서울대공원이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침팬지 2마리를 인도네시아의 동물원으로 반출하기로 결정한 방침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대공원은 사육 중인 남매 침팬지 ‘광복이’(2009년생)와 ‘관순이’(2012년생)를 인도네시아 동물원인 따만 사파리로 반출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서울시 산하인 대공원 측은 “광복·관순이가 방사장 다른 침팬지 무리와의 합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뒤편 케이지에서 생활하고 있어 이들의 복지를 위해 반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2020년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광복이는 하루 활동하는 시간의 대부분을 털 뽑는 정형행동으로 보내고 있다. 스트레스로 반복하는 무의미한 행동을 반복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결정에 동물보호단체와 몇몇 시민들 사이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따만 사파리가 동물을 약물에 취하게 해 사진찍기 체험에 동원하는 등 과거 학대 논란이 불거진 탓이다. 2018년에는 코끼리를 훈련용 쇠꼬챙이로 학대하는 정황이 발각되기도 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이 사파리에 대해 “전형적인 동남아시아 동물 이용 관광시설”이라며 “불과 2~3년 전까지 호랑이와 사자에게 진정제를 투여해 관람객이 만지게 했다”고 비판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에 따르면 동물보호단체들은 대공원 측과의 면담에서 침팬지 반출을 중단하고 시설을 개선해 계속 사육하는 방법과 다른 반출지를 물색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향후 동물 반입·반출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도 건의했다.
대공원 측은 반출 지침 마련에는 동의했으나 광복·관순이의 반출은 검역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 30여명은 지난 8일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집회를 열고 대공원 측에 반출 결정 철회를 요구했다.
참석자들은 “공간 전체가 동물을 생명이 아닌 돈벌이로 대하는 곳에 광복·관순이를 보낼 수 없다”며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 동물원이라면 시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아 지적했다.
대공원 측은 “따만 사파리는 기후 환경이 좋고 넓은 방사장을 갖추고 있어 무리 생활을 하는 침팬지가 생활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이라며 “이 사파리의 모든 침팬지는 공연하지 않고 있고, 광복·관순이도 공연을 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의 공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대공원의 해명에도 동물보호단체들은 “두마리 침팬지가 쇼에만 이용되지 않으면 문제가 없는 것이냐”며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이어 “태어나고 자란 환경에서 다른 환경으로 이동하는 것은 동물에 큰 스트레스”라며 “반출 후 사파리에 대한 제대로 된 감시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편 관순이는 2013년 SBS 예능 프로그램 ‘TV 동물농장’에 나와 시청자에게 큰 인기를 끌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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