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갈등, 정치적 확산일 뿐…올바른 길 제시해야"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이임사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처 폐지 공약을 정면 반박했다.
정 장관은 9일 오후 이임사를 내고 "그동안 의견을 드리고 싶은 여러 계기가 있었지만, 행정부 공무원으로서 후보의 선거공약이나 인수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며 "이임을 앞두고 최근 여성가족부를 둘러싼 상황에 대한 제 소회를 간단히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 장관은 "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야당의 후보였던 대통령 당선자께서 어느 날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 공약을 제시했고 이후 여성가족부 폐지는 현재까지도 주요 핵심공약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상세한 관련 근거나 추가 설명은 찾기 어렵다. 지난 20년간 유지돼 온 정부 부처의 폐지를 주장하려면 그 이유나 문제점, 한계, 대안이라도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장관은 "알려진 바와 같이 이번 인수위원회 기간 내내 여성가족부 업무에 대한 보고나 의견을 제시할 기회는 극도로 제한적이었다"며 "인수위원회 두 달 동안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중앙과 지역 여성계 및 정책 대상자들이 성명, 토론회, 면담 등을 통해 제시한 다양한 요구와 제안, 호소 등은 거의 반영되지 못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성가족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족하거나 잘못 대응한 일도 있었지만, 기회가 되는대로 바로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며 "그러한 부족함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거나 여성가족부가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고 주장하기에는 적절하지도, 충분하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또 정 장관은 "여성가족부가 젠더 갈등을 유발하고 확대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말씀드리고 싶다"며 "젠더 갈등이라는 이슈는 원인 진단이 잘못된, 정치적으로 확산된 것일 뿐 아니라 흑백 갈등이나 장애인과 비장애인 갈등처럼 구조적 차이를 무시한 불편한 용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많은 청년들이 제기하는 주거 및 일자리의 문제, 징병제 및 군대 내의 처우과 관련된 문제들은 젠더 이슈로 수렴될 수도, 해결될 수도 없다"며 "잘못된 현실 인식과 엉뚱한 가상의 적에 대응하느라 실재하는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올바른 방향으로 길을 제시해 줘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장관은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소외되거나 배제되는 집단이 없이 사회구성원 모두가 사회발전에 동참하고, 또 그 성과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며 "최근 여성가족부 존폐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관심과 우려를 불식시키고 국제적 기준과 대한민국의 국격에 맞는 확대된 예산과 조직, 권한을 통해 보다 실행력을 갖춘 여성가족부로 거듭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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