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인근에서 짓고 있는 아파트에 대해 문화재청이 입주를 유보하기 위한 행정 조정을 신청했다.
김포 장릉은 조선 인조의 아버지인 추존왕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가 묻힌 무덤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조선 왕릉에 포함돼 있는 가운데, 그 주변으로 아파트가 건설되며 경관을 훼손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문화재청도 이들 건설사가 조선 왕릉인 김포 장릉 반경 500m 안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지난 2019년부터 높이 20m 이상의 아파트를 지으면서 사전 심의를 받지 않아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지난해 9월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현재 예미지트리플에듀(시공 금성백조, 공정률 94%)를 시작으로 7월 대광로제비앙(대광건영, 99%), 9월 디에트르에듀포레힐(대방건설, 77%)이 잇따라 입주를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9일 문화재청이 최근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행정조정을 신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언론에 “아파트 입주가 이뤄지면 소유권 등 법률관계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며 “앞서 서구에 사용검사 처리를 유보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던 것과 같은 취지로 행정 조정 신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행정협의조정위원회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사무 처리에 이견이 있을 때 이를 협의·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국무총리실 소속 위원회로, 해당 안건을 위원회에 실제로 상정하고 심의를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문화재청은 장릉 인근에 아파트를 건설한대광이엔씨(시공 대광건영)·제이에스글로벌(시공 금성백조)·대방건설(시공사 동일) 등 건설사들이 준공을 위한 사용검사 신청을 준비하자 이를 유보하기 위해 인천 서구를 상대로 조정신청을 한 바 있다.
사용 검사는 아파트에 입주해 거주해도 문제가 없는지 지방자치단체가 점검하는 절차로, 지자체는 사용 검사를 접수한 이후 15일 내에 결과를 통보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건설사들은 각각 오는 6~9월 사용검사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고, 일부는 신청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대광이엔씨는 이달 31일부터 올해 9월 14일까지 아파트 입주를 진행한다고 입주예정자들에게 안내하기도 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다시 사용 검사를 보류해달라는 협조 요청 공문을 인천서구청에 보냈지만, 서구청은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입주를 강제로 막을 방법은 없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은 지난해에도 이들 건설사가 건설 중인 검단신도시 3400여세대 규모 아파트 44동 중 19개동에 대한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후 건설사들이 문화재청 명령에 불복해 낸 집행정지 신청과 관련 9월 서울행정법원은 19개동 중 12개 동의 공사 중지를 인정하는 가처분 결정을 했다.
이후 법원은 대방건설이 낸 신청 1건만을 인용하고 대광이엔씨와 제이에스글로벌이 제기한 2건은 기각, 대광이엔씨와 제이에스글로벌은 1심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고, 법원이 두 건설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3개 아파트단지는 공사를 재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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