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이동경로… ‘대체지’ 없어
버드 스트라이크 발생 우려 커
조사단, 정부에 공동조사 제안

‘6400마리’
환경운동연합 가덕생태조사단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42시간35분 동안 조류조사를 벌인 결과 가덕도 신공항 활주로 예정 구역 상공을 비행한 것으로 확인된 조류 수다. 신공항 개항 이후 항공기가 오가게 될 구역으로 시간당 152마리 넘는 새들이 날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2035년 개항 목표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추진 중인 가운데 환경운동연합 가덕생태조사단이 9일 이 같은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가덕도는 한반도와 일본 서남부를 오가는 철새의 주요 이동 경로”라고 밝혔다.
가덕생태조사단 조류팀 소속 나일 무어스 새와생명의터 대표는 “일본으로 건너가는 새들이 가덕도로 모이는 ‘깔때기 현상’을 보였다”며 “경유지로서 가덕도를 대체할 만한 곳이 부근에는 없다”고 말했다. 신공항이 들어선 이후에도 철새가 이곳을 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개항 이후 ‘버드 스트라이크’(조류와 비행기의 충돌)가 빈발할 수밖에 없다. 실제 조사단이 관찰한 새 중 약 43%는 지면과 지상 300m 사이에서 나는 걸로 확인됐다.
가덕생태조사단은 이날 해양 분야 조사 결과도 공개하며 “가덕도 남측 바다에서 멸종위기 고래인 상괭이 30∼50마리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4월5∼6일 가덕도 남측 해역 1㎢ 구역에서 상괭이를 총 127차례 관찰한 바를 토대로 실제 개체 수를 추정한 것이다. 가덕도 북쪽 해안 3곳에선 축구장 1개 정도 규모인 잘피 군락(면적 약 1.2㏊)도 확인됐다. 바닷물에서 자라는 식물인 잘피는 상괭이와 같은 법정보호종으로, 다양한 어류의 산란장 역할을 해 ‘바다의 오아시스’라 불린다.
가덕생태조사단은 이날 정부에 가덕도 신공항 사업 환경영향 공동조사를 제안했다. 국토교통부가 현재 가덕도 신공항 기본계획 수립을 추진 중인 가운데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류종성 가덕생태조사단장은 “이번에 확인된 생물이 신공항 사업으로 송두리째 사라질 수 있다는 걸 많은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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