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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논란’ 가덕도신공항 예정지 위로 새 6400마리가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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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09 16:40:00 수정 : 2022-05-09 16:37:57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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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 가덕도 생태 조사 발표
42시간 동안 조류 6400마리 비행 관찰
“가덕도는 대체 불가한 철새 경유지”
남측서 ‘멸종위기 고래’ 상괭이도 관찰
‘바다의 오아시스’ 잘피, 축구장 1개 면적 서식
정부가 2035년 개항 목표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가운데 환경운동연합 가덕생태조사단은 가덕도가 한반도와 일본 서남부를 오가는 철새의 주요 이동경로라는 조류 조사결과를 9일 발표했다. 사진은 기러기 무리. 세계일보 자료사진

‘6400마리’

 

이는 환경운동연합 가덕생태조사단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42시간35분 동안 조류조사를 벌인 결과 부산 가덕도 신공항 활주로 예정 구역 상공을 비행한 것으로 확인된 조류 수다. 신공항 개항 이후 항공기가 오가게 될 구역으로 시간당 152마리 넘는 새들이 날고 있는 셈이다. 이들 중 맹금류가 13∼14종 2610마리, 갈매기·까마귀·왜가리 등 기타 대형 조류가 1922마리 포함돼 있었다. 

 

정부가 2035년 개항 목표로 가덕도 신공항 기본계획 수립을 추진 중인 가운데 환경운동연합 가덕생태조사단이 9일 이같은 조사결과를 공개하며 “가덕도는 한반도와 일본 서남부를 오가는 철새의 주요 이동경로 상에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 새가 가을에는 남쪽이나 남동쪽으로, 지난 3월에는 북쪽이나 북동쪽으로 나는 ‘계절 이동’ 경향이 이번에 확인됐다는 것이다. 

 

가덕생태조사단 조류팀에서 활동 중인 나일 무어스 새와생명의터 대표는 “일본으로 건너가는 새들이 가덕도로 모이는 ‘깔때기 현상’을 보였다”며 “바다를 건너는 새들은 지형지물을 인지해 경로를 찾는데, 경유지로서의 가덕도 기능을 대체할 만한 곳이 부근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덕도에 신공항이 들어선 이후에도 철새가 이곳을 찾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국토교통부 제공

결국 신공항 개항 이후 새가 비행기에 부딪히거나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 항공사고를 유발하는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가 빈발할 것이라는 게 조사단의 결론이다. 실제 이들이 관찰한 새 중 약 43%는 지면과 지상 300m 사이에서 나는 걸로 확인됐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이 구간은 버드 스트라이크 75% 정도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영역이다. 무어스 대표는 “이런 환경 영향에 대한 과학적인 검토도 거치지 않은 채 이번에 가덕도를 공항 입지로 정해 사업이 추진되는 이유가 대체 뭔지 너무 궁금하다”고 말했다.

 

가덕생태조사단은 조류 외에도 지난해 4월부터 진행한 해양 분야 조사결과도 공개하며 “가덕도 남측 바다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고래인 상괭이 30∼50마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4월5∼6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가덕도 남측 해역 1㎢ 영역에서 상괭이 출현을 총 127차례 관찰한 바를 토대로 실제 확인한 개체 수를 추정한 것이다. 조사단은 내년 4월까지 가덕도 남측 해역을 대상으로 상괭이 조사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가덕도 북쪽 해안 3곳에서는 축구장 1개 정도 규모인 잘피 군락(전체 면적 약 1.2ha)이 확인됐다. 바닷물에 완전히 잠겨서 자라는 식물인 잘피는 상괭이와 함께 해양생태계법이 정하는 법정보호종이다. 류종성 가덕생태조사단장은 “‘바다의 오아시스’라 불리는 잘피는 광합성을 통해 수중에 산소를 공급하고 다양한 어류의 산란장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9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에서 '가덕도 공항 예정지 생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가덕생태조사단은 이번 조사결과와 관련해 정부에 가덕도 신공항 사업의 환경영향에 대한 공동조사를 제안했다. 국토교통부가 현재 가덕도 신공항 기본계획 수립 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이 계획이 최종 확정·승인되기 전 시점에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류 단장은 “공동조사를 통해 신공항 사업으로 철새, 상괭이, 잘피 등 생물이 송두리째 사라질 수 있다는 걸 많은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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